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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5월 28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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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인적자원부가 NEIS 시행을 강조해 오다 전교조와의 비밀협상을 통해 고교 3년생은 NEIS로, 고교 2년생 이하는 학교종합정보관리시스템(CS)으로 운영한다고 발표해 교육계가 ‘전교조에 대한 굴복’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는 터여서 반응도 민감했다.
당초 NEIS 문제는 시도 교육감들의 논의를 거쳐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었으나 결정 과정에서 철저히 무시된 시도 교육감들이 교육부 결정을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한국교총, 전국교장단까지 나서 윤덕홍(尹德弘) 교육부총리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노 대통령이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을 한 것을 두고 “청와대 보고 과정에서 합의 내용이나 교육계 반응을 제대로 보고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앞서 노 대통령은 20일 국무회의에서 “전교조가 대화로 문제를 풀지 않고 정부의 굴복을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들어줄 수 없다”며 단호한 대처를 주문한 적이 있어 교육부 직원들은 대통령의 27일 발언에 의아해하고 있다.
노 대통령의 태도 변경은 이뿐만이 아니다. 전교조의 반미수업 논란과 관련해 4월 20일 “반전사상을 교육하는 과정에서 반미 내용까지 포함돼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실태 조사를 지시했다.
그러나 이틀 뒤인 4월 22일에는 “실태를 조사해 보라는 것인데 반미 교육으로 단정한 것처럼 비쳐졌다. 과잉 반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을 흐렸고, 4월 29일에는 “문제 삼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태도를 바꿨다.이 때문에 반미 교육 실태를 조사하느라 허둥댔던 교육부만 황당하게 됐고 이후 일선 학교 현장에서 장학지도는 거의 손을 놓은 상태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교육부와 교육계에서는 “대통령이 아예 언급이나 말든지, 먼저 말을 꺼내 놓고 뒤에 가서 다른 말을 하면 어쩌라는 말이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노 대통령은 28일 “(전교조와) 타협하지 말고 법대로 밀어붙이라고 지시했는데 합의하고 왔다. 합의한 것을 뒤집을 수 없었다”고 말했지만 청와대 인사가 협상장에 배석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많다. 차제에 노 대통령은 현실 문제에 대한 보고를 제대로 받고 있는지 청와대 시스템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이인철기자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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