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취록 내용]진영임야 판 김기호씨-한나라당 대화록

  • 입력 2003년 5월 27일 06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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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가 단독 입수한 김기호씨와 두 명의 한나라당 당직자들간에 진행된 경남 김해시 진영읍 임야를 둘러싼 대화의 핵심은 이 임야의 실소유자가 백승택씨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 대화의 녹취록은 A4 용지 50여쪽에 달한다. 이들의 대화는 지난해 11월 29일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서 1시간가량 이뤄졌고, 녹취록을 만든 것은 이달 23일이었다.

다음은 녹취록에 담긴 대화록. 질문자는 당직자 2명이고 답변자는 김기호씨다. 가능한 한 원문을 그대로 옮겼다.

―준농림지 8700평인가요. 소유자가 백승택.

“내가 이 사람에게 판 게 아니거든. 건평이한테 팔았거든.”

―그때 얼마 받고 팔았습니까.

“아, 2억5000만원.”

―그러면 지금 이거 실제소유자는 노건평인데 명의로만 백승택이가 해놓은 거고.

“그렇지. 실제소유자는 노무현이지.”

―자기 형 앞으로, 형 명의로 사 갖고 등기부등본에는 백승택이로 이렇게 또 해놨네.

“노건평이라는 거는 노무현이 즈그 형인데, 이 사람은 아무것도 안 하고 노무현이(의) 재산 다 가지고 있는 사람.”

―실제 매매는 94년에 하셨고 노건평이한테.

“선산 한다 해서. 그 사람들이 땅을 즈그 앞으로 만들다 보니까 숨기기 위해서.”

―백승택이 앞으로 했다.

“아, 했다. 그러니까 자기가 백(승택)이 샀다 이래 하더라도 안 통하는 게, 이 당시에 백이 서른아홉살 먹은 농사짓는 사람이다. 이런 거 2억5000만원 주고 살 능력도 없고, 살 생각도 없고.”

―복덕방 이○○씨가 땅을 팔라고 (왔는데).

“팔아달라고 왔어. 그 뭐 할라고 살라냐 하니까. 노무현이가 살라…. 그럼 노무현이가 그 땅을 뭐 할라고 하느냐 하니까 노씨들 선산 한다 합디다. 선산… 그러면 나도 좋다 팔자. 나온 게 노건평이라. 나중에 노건평이가 나올 때는 내가 진영에 갔지.”

―그때는 94년도죠.

“94년 한 초여름.”

―계약서도 안 쓰시고 그냥 돈만 받고 그냥 니 거다 하고 뭐 서류쪼가리나 아무것도 없습니까.

“매매했으니까 매매계약을 했지만도 (이전)등기만 안 해 가고 있었지. 안 하고 있는데 한 1년 되니까 그걸 물러달라 하는 기라.”

―누가, 누가 와서.

“(복덕방) 이○○이 와 물러달래. 내 복덕방 보고 왜 물러달라 하냐, 이유를 물으니까 노무현이가 잘못된 기라. 노무현이가 중앙에서 정보를…이 땅 여기가 진영공업단지를 만들기로 결정이 된 기라 해서 즈이 형 보고 내 땅을 사라 명령을 한 기지. 그런데 등기를 안 하고 나서 1년 후에 물러달라 하는 건 이 공업단지가 여기서 한 1500m 남쪽으로 갔던 기라. (웃으며) 지금 다 완공됐습니다. 남쪽으로 가버리니까, 이것이 공업(단지가) 안 되기 때문에 못 쓰게 돼버렸지.”

―예, 예.

“안 물러주고 있는데 95년 봄에 즈그 형이 와서 노무현이, 저하고 서이서 부산일보 커피숍에서 만났어요. 그래서 노무현이가 날 보고 인제 그 산을 물러줘라 하는 얘기가 나온기라.”

―노무현이 직접?

“응, 내가 그 산을 팔아 갖고 나도 대토로 땅을 샀다. 돈이 없는 걸 어떻게 물러 주나. 안 물러줬지. 노무현이 날 보고 …챙피(해) 하더라.”

―이거(매매계약서를 보여주며) 96년 때 쓰신 거네요.

“계약 도장을 찍어 달라 해서 도장 빌려 줬더마. 나중에 본께 나는 듣도 보도 못한 백(승택), 이 사람한테 등기가 되어 있데. 난 이 사람으로 등기 된 줄을 한참 있다 알았어. 몰랐어요.”

―그거를 조금만 더 자세히, 그러니까 노무현이가 95년 동래 부산일보 커피숍에서 직접 나와 가지고 노무현이가 직접 땅 좀 물러주십시오 말한 건 한 번밖에 없습니까.

“그랬을 거야. 나는 노무현이 모르는데 건평이가 땅 때문에 알아서, 소개를 했지. 그래가지고 노건평이는 저 구탱이에 가서 앉아가 있어. 둘이서 정치이야기 했지. 그러다가 김 회장 그 땅도 좀 물러주소. 노무현이가 인제 신사적으로 나오대.”

―그러니까 노무현이 이번에 내가 부산시장 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나갈 때 선거에 돈이 필요하니까 그 땅 좀 물러주십시오(했다는 거죠)?

“응, 노무현하고 한 1시간 반 이야기 했지. 나는 당시에 무소속으로 부산시장에 나가려고 했지. 노무현이가 민주당후보로 나오고.”

한편 이 녹취록에는 지난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이인제(李仁濟) 후보측이 이 땅의 매입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김씨에게 한차례 전화를 걸었던 사실도 들어있다. 김씨는 “이인제는 조사를 좀 했데”라고 말했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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