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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5월 14일 22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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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와 해군, 인천지방해양수산청 등이 앞 다퉈 월미산에 시설물을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지역 환경·시민단체들은 월미산에 대한 시설물 설치 계획을 백지화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월미산 보호에 나섰다.
2001년 10월 13일 군부대가 이전해 주둔하고 있는 월미산은 인천시 국방부 해양수산부 등이 공동 소유하고 있다.
인천시는 2005년까지 385억원을 들여 국방부와 해양부 소유 토지를 매입한 뒤 2008년까지 자연 생태와 역사 유적을 두루 갖춘 ‘전통 역사공원’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58만1000m² 넓이의 이 산에는 90여종의 나무와 200여종의 풀들이 숲을 이루고 있으며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 등 13종의 새들이 살고 있다. 등산로와 산책로가 있어 평일 1000여명, 주말 2000∼3000여명이 찾고 있다.
▽무분별한 시설물 설치 계획=각 기관이 가장 탐내는 곳은 월미공원 1300여평의 주차장 부지.
인천해양청은 이 부지에 연간 10만t의 양곡을 처리할 수 있는 사일로(30기)나 잡화 처리 야적장을 지을 계획이다. 7부두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이 시설이 필요하다는 것.
시는 천연가스(CNG) 충전소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올해 CNG버스 100여대가 보급될 예정이어서 충전소 설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해양부는 조류(潮流) 신호소 전광판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월미산 중턱 60여평에 가로 20m, 세로 10m 크기에 높이 30m의 대형 전광판을 설치해 선박들에게 조류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것.
해군은 서해교전 승전기념비를 옛 해군 2함대사령관 공관 부지(1470여평)에 설치할 계획이다.
이밖에 안상수(安相洙) 인천시장이 하와이 방문 때 발표한 이민사박물관, 해체되는 개항 100주년 기념탑 임시 보관, 자유공원 맥아더 동상의 이전 등의 장소로도 거론되고 있다.
▽시민단체 반발=환경·시민단체들은 월미산 시설물 설치 계획을 백지화하기 위한 홍보활동에 나섰다.
가톨릭환경연대 등 30여개 환경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월미산 난개발 저지 시민대책위원회’는 11일부터 월미산을 지키기 위해 현수막을 내걸었다.
또 월미산 보호 캠페인을 벌이는 한편 18일부터 공원을 찾는 시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다음 이를 근거로 공청회를 열 계획이다.
특히 2월 한 마리가 살던 천연기념물 324호 수리부엉이가 죽었고 최근 황조롱이 5마리 가운데 한 마리가 죽은 사실이 ‘월미산 생태지킴이’ 회원들에 의해 확인되면서 월미산 보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톨릭환경연대 최창식 사무국장은 “반세기만에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월미산이 훼손될 위기에 처했다”며 “공개 토론회를 열어 시민의 뜻을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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