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땅끝마을 '여신상' 건립 백지화

  • 입력 2003년 5월 11일 22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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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해남군 송지면 갈두마을 ‘땅끝’ 주변 콘도미니엄 옥상에 ‘자유의 여신상’을 세우려던 계획이 여론의 반발에 밀려 무산됐다.

이 콘도운영업체인 땅끝관광개발㈜ 측은 11일 한 인터넷잡지 게시판을 통해 “국토 최남단 땅끝에 동북아의 자유와 평화를 염원하는 순수한 의미로 건립을 계획했던 자유의 여신상 건립계획을 철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땅끝에 자리한 콘도의 상징물로 고안했을 뿐인데 뜻밖의 반대 여론에 곤혹스러웠다”며 “이달 25일까지 여신상을 대신할 조형물 아이디어를 인터넷사이트(www.tomaltour.com) 등을 통해 공모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논란이 된 여신상은 미국 뉴욕 허드슨강변에 세워진 ‘자유의 여인상’을 그대로 본뜬 것으로 지상 8층 높이의 2개 동 콘도의 옥상 두 곳에 땅끝 앞 바다와 송호리 해수욕장을 바라보는 위치에 세워질 예정이었다.

이 여인상은 최근 광주를 비롯한 도심지 러브호텔 옥상에 ‘손님 끌기용’으로 마구 세워져 도시미관을 해친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과 비슷한 것으로 미국의 이라크 침공 등에 따른 국내외의 반미감정을 고려해 조형물을 대체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신상 건립 사실은 당초 이 회사가 지난달 초 해남군 인터넷 사이트(www.haenam.chonnam.kr)에 “해남 제일의 관광명소인 땅끝 송호리에 최신식 숙박시설과 함께 한반도의 자유와 평화를 상징하기 위해 자유여신상을 6월30일까지 건립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알려졌다.

갈두마을 이장 김유복(金有腹·55) 씨 등 주민들은 지난달 “한반도 땅끝의 이미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미국 여인상을 왜 세우려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군청 등에 건립반대 의견을 전달했다.

김씨는 “땅끝 관광지 주민들은 ‘난개발 방지’를 위해 2002년부터 15m(지상 4층) 이상의 건축물 신축금지 규제를 준수하고 있다”며 “문제의 콘도가 관광지 경계 밖에 자리 잡고 있지만 여신상을 세우는 행위는 상식에 어긋난다”며 제재를 주장했다.

해남군 측은 당시 “문제의 콘도가 땅끝과 가까운 거리에 있지만 산림훼손 및 오폐수처리를 비롯한 전반적인 건축절차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광주=김 권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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