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물류대란 고비넘겨]다단계 알선체계 '불씨' 남긴채

  • 입력 2003년 5월 9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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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운송하역노조 화물연대 포항지부와 경북 포항지역 9개 운송업체가 9일 극적으로 합의안을 도출함에 따라 물류대란이 8일 만에 정상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다만 정부가 경유가 및 고속도로통행료 인하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다시 물류수송 파업에 나서겠다고 밝혀 불씨는 남아있는 셈.

▽포스코 관련 5개사는 15% 인상=최대 쟁점이었던 운송료 인상폭과 관련, 대한통운 등 5개사는 15% 인상으로 가닥을 잡았다. INI스틸의 화물을 나르는 삼안과 성우는 13%, 동국제강 관련 업체인 동국통운은 14.5%, 세아제강 관련업체인 로얄상운은 11% 인상으로 정리됐다.

합의서에는 ‘조업 거부와 관련해 민형사상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조항이 포함돼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피소된 윤창호 교섭팀장 등 9명에 대해서는 소취하가 이뤄질 전망이다. 하지만 업체의 고소와 상관없이 경찰이 자체적으로 체포영장을 발부한 전국운송하역노조 위원장 김종인씨(40)와 화물연대 포항지부장 김달식씨(32) 등 2명은 사법처리가 불가피하다.

양측의 주장이 맞섰던 운송료 현금 지급, 화주로부터 받는 운송료 공개 등은 운송업체의 입장을 수용해 종전 방식을 유지하기로 했다. 다단계 지입 알선 금지는 합의서에는 포함하지 않는 대신 운송업체가 “다단계 알선행위 근절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협상과정=포스코는 당초 당사자가 아니라며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그러나 화물연대와 운송업체간 협상은 포스코가 개입하지 않자 평행선을 달렸다. 포스코는 자신의 소극적인 태도가 걸림돌로 비쳐 기업 이미지 타격이 우려되자 중재에 나섰다. 포스코는 7일 오전 물밑 접촉을 통해 다단계 지입 알선 금지, 노조 탄압 중지 등 화물연대의 요구안에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 포스코가 협상에 개입하자 화물연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철강공장과 운송업체 봉쇄를 풀었다.

8일 오전 6시40분 시작된 협상에서 2% 인상안을 제시했던 운송업체측이 재개된 협상에서 12% 인상안을 낸 것도 포스코로부터 운송료 인상에 대한 언질을 받아 가능했다는 후문이다. 이후 20%(화물연대)와 13%(운송업체)를 놓고 정회와 속개를 거듭하던 양측은 9일 14차례의 협상 끝에 15% 인상을 골자로 하는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남아있는 불씨=광양에 이어 포항에서 운송료 인상 등에 합의함으로써 물류대란은 정상화의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전국운송하역노조가 경유가 인하, 고속도로 통행료 인하 등을 요구하며 정부와의 ‘담판’을 추진하고 있어 불씨는 남아 있다. 노조는 “5월 말까지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전국적인 물류수송 파업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이다.더구나 화물연대 부산지부측이 9일 경고성 파업을 벌이는 등 지역별로 파업이 이어지는 것도 풀어야 할 과제. 부산지부 관계자는 “조만간 컨테이너 및 화물알선 업체에 운송료 인상 등을 요구할 계획이며 여의치 않으면 불시파업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포항=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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