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 먼데이]'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의사모임'

  • 입력 2003년 4월 27일 22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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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 낯선 이국땅에서 몸이 아파도 치료를 받지 못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돌보고 싶었어요.”

인천 남동구 논현동에 있는 인천지방중소기업청 1층 강당에는 매월 둘째, 넷째 주 토요일 오후만 되면 외국인 근로자들이 모여든다.

‘인천지역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의사모임’이 실시하는 무료 진료를 받기 위해서다.

이 모임은 2001년 6월 남구 도화동에서 윤내과를 운영하는 윤명숙씨(52·여) 등 인천지역 7명의 의사들이 모여 만들었다.

윤씨는 강제 노동과 임금 착취, 폭행 등 일부 기업주의 악덕 행위로 인해 몸과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은 채 한국을 떠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실태를 다룬 언론의 보도를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팠다.

또 월급도 적게 받는데다 말이 통하지 않아 병을 앓고 있어도 병원에 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 얘기를 듣고 이들을 도울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윤씨는 평소 만나던 동료 의사들에게 모임을 만들자고 제안했고 산부인과와 안과, 가정의학과 등을 전공한 회원들은 모두 흔쾌히 동의했다.

인천중기청의 도움을 받아 1층 강당에 진료 장소를 마련한 뒤 청진기와 혈압계 등 기본적인 의료 기구를 갖다 놓고 진료를 시작했다.

열악한 작업환경과 스트레스에 따른 위장병과 두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절반을 넘었다. 무리한 육체노동에 따른 근육통과 피부병을 앓는 환자들도 많았다.

회원들은 매달 내는 회비로 약품과 주사제를 구입해 외국인 근로자를 치료하지만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아예 회원들이 운영하는 병원으로 오게 한다. 물론 돈은 받지 않는다.

최근까지 26차례 봉사활동을 통해 1000여명의 외국인 근로자들을 진료했다.

이 모임은 앞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기업체에서 단체 진료를 원할 경우 직접 방문해 진료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인천중기청은 긴급환자 수송을 위한 차량과 전담 기사를 배치할 예정이다.

윤씨는 “국내에 불법 체류하는 외국인들도 치료받을 권리가 있다”며 “정부가 제도 개선을 통해 외국인 근로자들의 인권을 최대한 보장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이주노동자인권센터는 현재 인천지역에 중국과 방글라데시,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에서 온 3만여명의 외국인 근로자(불법체류자 포함)가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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