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달구벌산책/이라크戰과 밀리터리룩

  • 입력 2003년 4월 11일 21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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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사람이 옷을 입을 때 기본적으로 ‘3S’, 즉 계절(Season), 성(Sex), 스타일(Style)을 고려했다.

아무리 가난한 사람이라도 계절이 바뀌면 옷을 바꾸어 입었고, 옷에는 남녀의 구별을 분명하게 가려서 남성은 남성답게 여성은 여성답게 입어야 했으며, 전통적인 스타일을 기본으로 해왔다.

그러나 요즘은 옷의 유행 자체가 계절의 변화를 전제로 한 것 임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냉 난방과 자동차문화 등으로 인해 계절 옷의 구분이 사라지고 있다.

남녀 의상도 마찬가지다. 기계와 컴퓨터가 노동을 대신하는 탈공업화 시대와 성차별이 없어지는 문화에서, 여성에게 바지 정장이 된 것은 기본이고 남성의 옷이 여성이상으로 부드러워지고 화려해지고 있는 것이다.

스타일도 그렇다. 단추는 꼭 앞에 있어야 된다는 고정관념에서 소매 하나가 짧으면 다른 쪽은 길게 만드는 언밸런스와 비대칭으로 인간의 옷은 3S에서 해방되면서 점점 자유로워진지 오래다.

이라크전쟁이 마무리돼 가고 있는 시점에, 밀리터리 룩(군복에서 디자인을 따온 패션)을 떠올려 본다.

2차대전, 베트남전, 걸프전 등 전쟁의 역사와 함께 다양한 칼라와 디자인, 활동적인 의상으로 등장한 밀리터리 룩은 페미니즘과 함께 차츰 패션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밀리터리 룩으로 잊을 수 없는 것은 영화 ‘애수’에서 로버트 테일러가 늘 입고 다녔던 트랜치 코트다.그 뒤 유행하기 시작한 넓은 깃과 허리 부분을 묶은 트랜치 코트는 페미니스틱한 분위기를 즐기는 여성들의 인기를 모으기도 했다.

이라크 전쟁이 또 하나의 밀리터리 룩을 유행시킬 수 있을까.아마도 여성들이 좋아하는 색상이나 디자인의 밀리터리 룩을 유행시키지 못할 것 같다.

전장에 나선 병사들의 위장용 얼룩무늬와 사막의 모래를 연상케 하는 기묘한 아이보리 색에는 인간의 감정을 끄는 매력도, 메시지도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박동준(디자이너/코코박동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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