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측근 2억5000만원 수수]당시 검사 "물증없어 소환안해"

  • 입력 2003년 4월 7일 18시 53분


나라종금 사건 수사 축소 은폐 의혹에 대한 검찰의 해명은 ‘성과 없이 혼란만 커질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의혹은 공적자금비리 특별수사본부가 지난해 6월 안희정(安熙正)씨와 염동연(廉東淵)씨가 보성그룹측에서 돈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하고도 이들을 소환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 그 핵심이다.

한나라당측은 “검찰이 여당 대통령후보에게 미칠 파장을 차단하기 위해 사건을 덮었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당시 이 사건을 담당했던 공적자금비리 특별수사본부 반장 민유태(閔有台·현 서울지검 외사부장) 대검 중수1과장은 7일 “두 사람을 소환해도 소득이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보성그룹 계열사인 L사 자금담당 이사 최모씨는 “김호준(金浩準) 전 보성그룹 회장의 지시로 돈을 안씨와 염씨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했지만 김 전 회장은 최씨의 진술을 일관되게 부인했다는 것이다.

또 건네진 돈이 현금이기 때문에 계좌추적을 해도 이들이 부인할 경우 반박할 물증을 확보할 수 없었다고 민 부장검사는 해명했다. 따라서 수사를 벌이고도 혐의를 입증하지 못할 경우 ‘대선을 몇 달 앞두고 괜한 혼란만 부추겼다’는 비난만 받게 될 가능성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었다는 것.

그러나 검찰은 최씨의 집에서 안씨의 명함을 입수했다. 또 안씨에게 2억원을 건넸다는 정황을 뒷받침하는 물증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검찰 내부에서도 물증이 없어 내사를 중단했다는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당시 수사팀원 간에 안씨와 염씨의 소환 조사 여부를 놓고 이견을 보였다는 말까지 있어 내사 중단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민 부장검사는 “당시 대검 중수부 보고 라인인 수사 기획관 중수부장 및 대검 차장 검찰총장에게 관련 수사 내용을 일절 보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그는 대검 중수부가 지난해 초 특별수사본부 수사팀에 수사 결과 및 사건 처리에 대한 사전 보고를 하지 말라고 공문으로 지시한 데 따른 것이었다고 말했다.

특별수사본부는 검찰과 경찰 국세청 관세청 금융감독원 등 9개 기관이 모여 합동수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수사 진행 절차에 대한 기관간 합의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이 같은 조치가 취해졌다는 것이다.

또 이명재(李明載) 당시 검찰총장이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총장에 취임했기 때문에 수사 대상 기업과 관련해 이 당시 총장이 구설에 오를 가능성을 미연에 차단할 의도도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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