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23일 인천공항 개항 2주년, 현황과 문제점

  • 입력 2003년 3월 28일 21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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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을 거쳐 6박7일 간 중국 출장을 다녀온 재미교포 피터 윤(41·미국 샌프란시스코 거주)은 인천국제공항의 환승 여건에 불만을 나타냈다.

인천공항에서 리무진버스를 타고 1시간 거리인 경기 고양시 능곡의 한 모텔에서 하룻밤을 묵은 뒤 중국 단둥(丹東)으로 출발하는 번거로움으로 인해 여행 피로감이 가중됐다는 것. 그는 한국에서 하룻밤 숙식을 제공받는 조건으로 왕복 항공표를 구입했다.

윤씨는 “인천공항 인근에 호텔이 없어 먼 거리로 이동했고 잠자리도 형편없는 ‘러브 모텔’에서 지냈다”며 “항공사가 돈을 좀 더 받더라도 승객에게 호텔 선택권을 주어야 하고, 미국처럼 공항 입국장 등에 호텔 등 숙소안내판을 설치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29일로 개항 2주년을 맞는 인천공항은 국제선 여객처리 세계 10위, 화물처리 세계 4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허브 공항’으로서의 면모는 아직 갖추지 못하고 있다.

세계적인 중계공항이 되려면 홍콩의 첵랍콕공항, 영국의 히드로공항처럼 여객 환승율이 40∼50%에 달해야 하지만 인천공항은 20%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특히 공항 주변에 편의시설이 부족해 국제선 이용객들이 윤씨와 비슷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공항 내 90실 규모의 환승호텔을 빼면 영종도에 번듯한 호텔이 한 곳도 없다. 환승호텔도 승객보다 조종사 등 외국 항공사 직원들이 주로 이용한다.

공항 여객터미널 지하 1층에 있던 목욕시설과 볼링장 등이 경영난으로 지난해 말 문을 닫아 면세구역 밖 공항지역에는 편의시설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실정이다.

박영길 인천국제공항공사 운영본부장은 “인천공항은 시설면에서 세계 일류에 속하지만 취항항공사와 여객 환승율 등을 보면 아직 허브공항으로 자리잡지 못했다”며 “국제비지니스와 항공물류 등을 위한 배후지원시설과 연계 교통망도 빨리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공항 운영도 아직 미숙한 점이 많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지난해 세계 52개 공항을 대상으로 서비스 평가를 한 결과 인천공항이 종합 4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조사 항목별로 보면 육상교통망, 수하물 찾는 속도, 공항직원 친절도 등 승객들이 피부로 느끼는 부문은 하위권에 속했다. 여객기 이용 불편이 있더라도 이를 신고할 단일 창구가 없는 것도 문제다.

교통문화운동본부 박용훈 대표는 “한국은 비행안전이나 지연운항 등에 대한 고객 불만을 해당 항공사에만 제기하도록 하고 있다”며 “외국처럼 공항 당국의 창구가 있어야 고객 불만에 대한 해결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희제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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