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대구참사 실종자 가족들 '실종증명' 애간장

대구지하철 중앙로역 방화 참사의 실종자 가족들이 ‘실종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4일 대구 지하철 참사 실종자 가족 대책위에 따르면 사고대책본부에 신고된 실종자 286명 가운데 222명의 가족들이 지금까지 실종 사실을 입증할 기초자료를 제출했다.

기초자료는 실종 추정 대상자들이 지하철 중앙로역 폐쇄회로 TV에 잡힌 장면을 비롯해 휴대전화 발신지 확인서, 중앙로역 부근 병원진료 예약증, 사고현장 부근 회사 근무증명서, 학원 등록증 등 정황상 참사 현장에 있었음을 증명해 줄 수 있는 서류와 사진 등이다.

이날 현재 신원 미확인 시신이 149구에 이르고 있으나 이들 중 상당수가 유전자(DNA) 감식을 통해 신원 확인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실종자 가족들은 정황 증거만을 토대로 실종 사실(사망)을 확인 받아야 할 처지다.

이에 따라 실종자 가족들은 실종 사실 증명을 위해 기초자료 제출 외에 갖가지 방안들을 짜내고 있다.

실종자 가족들은 우선 실종자의 사진과 인상착의 등을 게재한 광고판을 TV를 통해 중계해 줄 것을 국내 방송사에 요청할 계획이다.

실종자 가족 대책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사고 전동차 탑승객들을 일일이 만나볼 수 없는 만큼 이번 사고의 부상자나 목격자들이 방송을 보고 사망 추정 실종자에 대한 기억을 되살릴 수 있도록 TV 방송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책위는 이밖에 일부 실종자 가족들이 ‘사고당시 촬영된 지하철 중앙로역과 대구역 승강장 등의 폐쇄회로 TV 화면이 선명하지 못해 실종자들을 식별하기 어렵다’고 주장함에 따라 전문기관에 의뢰, 화면 조정 작업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번 참사로 20대 딸을 잃었다는 김모씨(52)는 “딸이 사고가 난 전동차에 탄 뒤 희생된 사실이 분명한데도 이를 입증할 자료가 남아 있지 않아 아직까지 실종 증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장례식이라도 제대로 치르려고 실종 증명을 위해 밤낮으로 뛰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