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동서남북]'막힌' 경북대 VS '열린' 한양대

  • 입력 2003년 2월 11일 21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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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적인 시험문제로 화제를 모았던 전 경북대 강사 정효찬씨(32)가 3월부터 서울 한양대에서 강의를 맡게됐다. 한양대가 정씨를 강단으로 부른 까닭은 간단하다. 수요자인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양대 관계자는 “그의 수업방식은 학생들에게 창의력을 키워줄 수 있다고 본다”며 “정씨의 강의내용은 수강생들이 평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신학기부터 한양대 사범대학에서 개설하는 ‘유쾌한 이노베이션’이라는 2학점짜리 교양과목을 맡는다. 한양대측은 대구에서 서울로 오르내릴 정씨를 위해 예외적으로 교통비까지 실비로 지급한다고 한다. 경북대에서 왕따 당하다시피한 정씨를 한양대는 “시간 여유를 줄테니 잘 생각해보라”며 정중하게 초빙한 것이다.

정씨의 수업방식과 시험문제가 엽기적이라며 학교 바깥으로 알려졌을 당시 경북대 미대 교수들은 “수업을 하는 방식은 강단에 서는 사람의 재량이라 하더라도 교육에는 기본이 있다”며 “정씨의 경우는 교육의 정도(正道)를 벗어났다”고 비난했다.

수년전 대구의 Y 대학에서 전국적인 명성을 쌓던 한 교수는 지난해 서울의 대학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일을 두고 지역에서는 배은망덕하다며 그를 비난했다. 일부 지역신문도 거들어 “지역에서 실컷 키워줬더니 서울로 가버렸다”며 뒤통수를 치기도 했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그는 동료교수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해 수년째 강의를 맡지 못했다. 대중적인 인기를 모은 그를 교수로서 ‘품위가 없다’며 은근히 따돌렸다는 것이 주변의 이야기다.

대학(大學)에서는 인문학이든 자연과학이든 다양하고 모험적인 ‘실험’이 활발할 때 존재할 가치가 있는 것이다. 강사 한명을 둘러싸고 경북대와 한양대가 대결한 게임에서 아무래도 경북대가 판정패를 한 것 같다.

정씨는 이번 학기에 강의를 주지 않은 모교에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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