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아트'교육]"책한권 만들때마다 꿈이 쑥쑥 자라요"

  • 입력 2003년 2월 4일 16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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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만들며 크는 학교' 의 방학특강에 참가한 초등 저학년 어린이가 '솟아오르는 책'을 만든뒤 하트모양으로 꾸민 뒷표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책 만들며 크는 학교' 의 방학특강에 참가한 초등 저학년 어린이가 '솟아오르는 책'을 만든뒤 하트모양으로 꾸민 뒷표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북 아트(Book Art)’란 수공예 책을 만들어내는 예술 분야. 최근 이러한 ‘북 아트’에 아동교육을 접목시킨 ‘북 아트 프로그램’이 젊은 엄마와 유치원 및 초등교사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북미와 유럽권에서 학교 교육과정과 박물관 및 도서관 문화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은 ‘북 아트 프로그램’이 국내에 소개되면서 이 프로그램의 교육적 효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

● 내 아이는 작가예요

‘북 아트’란 한마디로 책 만들기다.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아현유치원은 지난 가을학기부터 주 1회 ‘책 만들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 유아언어연구회 연수에 참가했던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책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고 실제로 함께 책을 만들어 본다.

이 유치원의 김영진 교사는 “아이들에게 일부러 읽기 쓰기 듣기를 가르치지 않아도 아이들이 자기 생각을 말과 글로 표현할 수 있게 된다”고 교육적 효과를 설명했다. 소극적인 아이의 경우 뭘 물어도 “몰라요”하기 일쑤이고 소수의 아이들에 의해 읽기 쓰기 수업이 진행됐는데 책 만들기를 시작한 이후 말이 되든 되지 않든 모든 아이들이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김 교사는 “아이들이 자기 생각을 말과 글로 표현하는 것을 보면 놀랍다”며 “아이들이 만든 책을 보면 각자의 개성을 금방 파악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 유치원의 김정현양(7)은 “내가 만든 이야기를 글로 쓰고 예쁜 그림도 그리고 색종이도 붙일 수 있어 재미있다”고 말했다.

● 책 만들며 크는 학교

이런 책 만들었어요

서울 성북구 성북동에 있는 북 아트 연구 단체 ‘책 만들며 크는 학교’(www.makingbook.net)는 아이들에게 직접 책 만드는 법을 가르치고 어른들에게 ‘아이들의 책 만들기 이끌어주기’를 강의한다.

방학특강에 참가한 최연이양(서울 구룡초등 3년)은 “내가 생각해 낸 이야기가 그대로 책이 되어 나오니 너무나 신기해 책을 만들 때는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말했다.

최양은 ‘멜리의 책나라여행’을 만들어 펼쳐보였다. 멜리라는 책을 싫어하는 여자아이가 들판에서 잠을 자다 책나라로 가고 그곳에서 책이 해 주는 이야기를 듣고 책이 재미있다는 사실을 알아 책을 좋아하는 아이가 됐다는 내용이란다.

“우리 집 강아지 이름이 메리에요. 그래서 주인공 이름은 멜리로 지었어요. 아이가 만든 책이니 출판사 이름은 ‘아이세상’, 내가 만든 소중한 책이니 값을 매길 수 없고 그래서 팔 수 없어요.”

이홍욱군(서울 신동초등 2년)도 “산타할아버지가 착한 어린이뿐 아니라 나쁜 어린이들이 선물을 달라고 요구해 고민하는 내용을 담은 ‘고민 중 산타’란 책을 만들었다”고 자랑했다.

방학특강 수강을 위해 초등 3년생과 유치원생 두 아이와 주말마다 상경한 정연옥씨(37·대구 북구 태전동)는 “아이들에게 책을 많이 읽어주고 함께 이야기하는 편”이라며 “책을 직접 만들어보니 아이들이 책을 더욱 가깝게 느끼고 또 책을 만들면서 창의력도 부쩍부쩍 크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이 학교는 3월 새학기 개강을 준비중이다. 02-765-2547

● 이렇게 이끌어 주세요

‘책 만들며 크는 학교’의 이정희 연구원은 “유치원생과 초등 저학년생들은 샘 솟듯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낸다”며 “이때 책만들기를 통해 생각을 다듬고 정리하는 능력을 길러줄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아이들은 초등 4학년만 되어도 상상력과 창의력이 고갈돼 새로운 글을 쓰는데 어려움을 겪는데 이것은 자신의 생각을 바탕으로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내지 않고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데 익숙해졌기 때문이라는 것.

이 학교의 권성자 대표는 “책 만들기를 통해 아이들은 글쓰기 능력을 자연스럽게 향상시킬 수 있고 놀라운 집중력을 가지게 되며 책을 읽기만 할 때와는 다른 ‘창조의 기쁨’을 맛보게 된다”고 강조했다.

권 대표는 가족이 함께 하는 활동으로 책 만들기를 하는 것도 좋다고 권한다. 얼마전 대구지역 워크숍에서 ‘가족들이 자주 하는 말’을 주제로 책 만들기를 해 보았는데 아빠는 ‘숙제 다 했냐’와 ‘그만 자라’가, 엄마는 ‘빨리빨리 해’와 ‘동생 좀 잘 봐’가 많았다고. 이같이 책 만들기는 가족간 대화를 시작하는 기회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책 만들기의 준비물은 연습용 종이와 완성용 종이, 그리고 가위 풀 본폴더. 연습용 종이로 책을 만들어 본 뒤 완성용 종이로 제대로 만든다. 시중에 나와 있는 ‘북 아트’ 책을 참고해도 되고 ‘책 만들며 크는 학교’에서 파는 샘플을 활용해도 된다.

다음 순서는 △주제와 독자 정하기 △이야기 뼈대 세우기 △각 면의 글과 그림 배치하기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 △표지 꾸며 책 완성하기 △발표하기.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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