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국민적 의혹사건 털기 비상걸려

  • 입력 2003년 1월 19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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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가 18일 대국민 TV토론을 통해 “국민적 의혹 사건은 정치적 고려 없이 수사해야 한다”고 거듭 확인함에 따라 지난 대선 전 이들 의혹사건 수사를 사실상 중단했던 검찰에 비상이 걸렸다.

노 당선자가 공개적으로 검찰에 던진 메시지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첫째는 김각영(金珏泳) 현 검찰총장의 임기를 ‘존중’하겠다는 것이고, 둘째는 지금까지 의혹이 제기된 사건은 ‘정치적 고려’ 없이 수사하라는 것.

검찰 내부에서는 노 당선자의 의지가 확인된 만큼 수사에 대한 부담이 크게 덜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또 검찰 간부들은 대체로 ‘정치적 고려 없는 수사’를 ‘수사의 대상이나 결과에 예단과 한계를 두지 말아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대검의 한 간부는 “솔직히 총장 임기 보장 문제가 유동적이어서 지휘부의 결심이 일선에 전달되지 않은 점도 있었다”며 “그러나 이제는 뒤돌아보지 말고 수사의 속도를 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따라서 검찰은 김대중(金大中) 정부가 국익 및 남북관계 등을 고려, 고도의 정책 판단에 따라 진행한 이른바 ‘통치 행위’에 대해서도 주저하지 않고 수사의 칼날을 들이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4000억원 대북 지원 의혹과 관련, 서울지검 형사9부는 감사원의 특별 감사가 끝나는 대로 계좌 추적에 들어가 자금의 출처와 흐름을 밝혀내겠다는 태세다. 국정원 도청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지검 공안2부도 국정원 관계자들을 잇달아 소환하는 등 수사의 피치를 올리고 있다.

하지만 노 당선자의 언급이 검찰에 약(藥)보다는 독(毒)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노 당선자가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2월 25일 전까지 수사 기간이 많지 않아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데다 검찰의 현 인적구성상 새 정부 출범 후에도 수사 여건이 크게 호전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특별검사의 수사’ 또는 ‘총장 재신임’의 명분을 제공할 수도 있다는 게 검찰내부의 우려다. 검찰의 한 간부는 “노 당선자가 줄곧 검찰총장 임기 ‘보장’이라는 말보다는 ‘존중’이라고 언급했던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검찰 수사는 이들 의혹사건에 대해 ‘성역’을 두지 않고 얼마나 빨리 진행하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하겠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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