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대전영화 뜨게 하소서”

  • 입력 2003년 1월 2일 19시 24분


“올해에는 대전영화도 뜰 수 있을까.”

지난해 12월30일 낮 12시 충남 공주시 반포면 상신리 도예마을의 한 공방.

차가운 바람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농염한 30대 초반의 여성이 보랏빛 코트를 입은 채 돼지머리가 놓여진 고사상 앞에서 기도를 하고 있었다.

‘안개기둥’ ‘학생부군신위’ ‘산부인과’ 등으로 유명한 박철수 영화감독의 새 영화 ‘그린체어(Green Chair)’의 제작 발표회를 겸해 성공적인 촬영과 흥행을 기원하는 고사 현장이었다.

박 감독은 2000년 “대전의 영화제작 여건이 전국에서 최고”라는 판단 하나만으로 ‘지방 예술의 세계화’를 목표로 대전에 정착한 뒤 ‘박철수 필름’과 ‘대전영상원’을 잇따라 설립했다.

이 영화는 ‘봉자’에 이어 대전 충남 올 로케 2번째 작품.

지난해 원조교제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30대 유부녀와 고교생의 사랑을 다룬 파격적인 멜로 영화로 ‘성(性)’이라는 화두를 심층 해부하고 있다.

특히 대중에 영합하지 않는 채 독특한 작품 세계를 구축해 온 박 감독과 한국 영화시장의 거장인 곽정환씨가 함께 제작하는 첫 번째 영화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박 감독은 “새해에는 대전에서 만든 영화가 세계적으로 뜰 수 있도록 주변의 관심을 기대한다”며 “이 영화를 통해 여성들의 성 의식과 성 담론이 양성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전=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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