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울산시 문화재 '뒷북 행정'

  • 입력 2002년 12월 3일 01시 42분


울산시가 보존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된 문화유적이 훼손됐거나 아파트 건립부지로 팔린 뒤 문화재 지정을 추진하고 있어 ‘뒷북행정’이란 비난을 받고 있다.

2일 시에 따르면 이달말까지 북구 천곡동 달천철장을 비롯해 북구 강동동 신생대 조개화석지와 활만송(活萬松), 울주군 두서면 느티나무, 동구 일산동 별신굿, 남구 장생포동의 고래기원제 등 6개를 시의 유 무형문화재로 새로 지정하기 위한 조사가 진행 중이다.

달천철장의 경우 삼한시대 이전부터 철을 중국으로 수출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는 등 사료적 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받았다. 지난해 10월에는 일본 히로시마(廣島)대학 고고학연구실의 다다라연구회 시오미 히로시 회장이 울산시장에게 “달천 철광산은 한국 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 고대국가 형성기의 철의 생산과 유통을 고찰할 수 있는 상당히 중요한 유적”이라며 ‘달천철장 보존 요망서’를 보내오기도 했다.

이 때문에 S금속이 관리하던 달천철장에서는 9월부터 철 생산이 중단됐으나 최근 철장부지가 서울의 모 건설업체에 팔려 내년부터 아파트가 건립될 예정이어서 달천철장은 영원히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지난해 1월 도로공사 도중 발견된 북구 강동동의 조개화석도 학계의 조사결과 약 6000만∼6500만년 전 신생대 3기 마이오세(世)때 형성된 국내 최대 규모의 조개화석으로 판명됐으나 방치돼왔다.

이 때문에 조개화석은 태풍 ‘루사’ 등 올 여름 폭우때 계곡 밖으로 드러난 화석의 대부분이 유실된데다 절벽에서 떨어져 나온 화석은 현재 하천바닥에 나뒹굴고 있어 원형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

이에대해 시는 “달천철장은 사유지인데다 문화재로 지정되기 전이어서 별다른 보존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며 “문화재로 지정되면 철장부지를 매입하고, 조개화석도 문화재 지정여부에 따라 보존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울산〓정재락기자 jrj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