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학력저하 방치할 수 없다

  • 입력 2002년 11월 8일 18시 36분


올 수능시험의 가채점 결과는 청소년들의 학력저하 현상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우리 사회에 던지고 있다. 이번 수능시험은 지난해보다 쉽게 출제됐는데도 점수가 오히려 2, 3점 하락했다고 한다. 학생들의 학습능력이 전만 같지 않다는 얘기가 일선 학교에서 흘러나온 것은 벌써 오래 전의 일이다. 이번 시험결과는 일선 교사들의 ‘막연한 느낌’이 아닌 ‘실제적인 통계수치’로 이 사실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실시한 중학교 3년생들의 학력평가 결과는 더 어이가 없다. 국어를 제외한 영어 수학 사회 과학의 전체 평균점수가 60점 이하인 것으로 조사됐다. 과거 기준으로 말하면 우리 교육이 60점도 못 되는 낙제생들을 양산해 내고 있는 셈이니 교육의 적신호로 보아도 틀림없다.

미래는 다양성의 사회이기 때문에 모든 분야를 잘하는 능력보다는 특정 분야의 뛰어난 능력이 중시되어야 한다는 주장에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고등학교까지는 사회인으로서 필요한 기초학력을 배양하는 과정이므로 일정 수준의 학력이 요구된다. 이번 수능에서 재수생에 비해 고교 3년생들이 낮은 점수를 받은 것은 ‘학력 부실’이 아래로 내려갈수록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학력저하의 원인은 가깝게는 정부의 교육개혁 실패에서 찾을 수 있다. 밀어붙이기 식의 무리한 개혁을 추진하면서 교사들이 흔들렸고 ‘공부를 안 해도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이 학생들에게 퍼졌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충분한 설명이 되지 않는다. 고교평준화 정책이 30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하향평준화의 부작용이 누적되고 있고 학생들이 공부하려는 열의가 전반적으로 떨어진 것도 한 가지 요인이다.

학력저하 현상은 인적자원으로 세계에서 경쟁해 온 우리로선 매우 당혹스러운 일이며 위기감마저 갖게 된다. 그 해결책은 교육의 질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방향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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