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사망사건 파문 확산]검찰 '박종철사건' 이후 최대위기

  • 입력 2002년 11월 5일 19시 00분


‘서울지검 피의자 폭행 사망사건’이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의 동반 사표로 비화된 데 그치지 않고 현직 수사 검사의 구속과 서울지검의 살인사건 수사 지휘라인에 대한 고강도 문책 파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5일에는 노상균(魯相均) 전 서울지검 강력부장과 이 사건 주임검사였던 홍경령(洪景嶺) 검사가 사표를 내 사건의 파문은 ‘현직 검사 줄사표’로 번지고 있다.

검찰에 미친 이 사건의 파문은 이미 87년 ‘박종철(朴鍾哲)군 고문치사사건’에 비유될 만큼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87년 5월 당시에도 김성기(金聖基) 법무부장관과 서동권(徐東權) 검찰총장이 ‘축소 수사 의혹’과 관련해 동반 사퇴했다.

이 사건에 대해 대검의 한 관계자는 “마치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를 타고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홍 검사의 경우 이날 검찰에 소환돼 독직폭행치사 혐의로 구속 영장이 청구될 처지다.

이번 수사는 홍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로 관련자 형사처벌은 사실상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숨진 조천훈씨 외의 피의자들을 폭행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검찰수사관 1, 2명이 추가로 형사 처벌될 여지는 아직 남아있다.

검찰 내부의 관심은 이제 추가 형사 처벌보다는 김진환(金振煥) 서울지검장과 정현태(鄭現太) 서울지검 3차장 등에 대한 문책의 수위에 쏠리는 듯한 분위기다.

정 차장은 지휘책임자인 김 지검장을 보좌하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문책은 전보에 그칠 수 있지만 김 지검장에 대해서는 지휘책임을 물어 사표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사표는 본인의 결심이 따라야 하기 때문에 본인이 결단하지 않는 한 이를 강요할 수는 없다.

검찰 내부에서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검찰에 대한 질타 등을 감안하면 김 지검장이 용퇴를 하지 않더라도 면직 등 중징계는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김 지검장에 대한 징계 수위는 후임 법무장관이 선임되고 최종 조사 결과가 나와야 하므로 이번 주 말경에나 그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정길(金正吉) 법무장관과 이명재(李明載) 검찰총장이 동반 퇴진한 5일 법무부와 서초동 검찰청사는 하루종일 어둡고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이날 오후 3시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에서 열린 김 전 장관의 퇴임식은 시종일관 침통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김 전 장관은 퇴임사에서 “가혹한 수단을 동원해 자백을 받아내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 풍조와 영원히 결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전 총장은 이날 오후 4시반 퇴임식에서 “검찰 최고책임자로서 책임지고 물러나는 것만이 국민의 검찰로 거듭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아쉬움은 진하게 남지만 결코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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