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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1월 3일 21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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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칠곡군보건소에 근무하는 한의사 안남도(安南道·29)씨는 3일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 근로자들의 진료를 위해 잔뜩 준비한 침통을 바라보며 한숨을 지었다.
의료봉사에 남다른 열정을 가진 그는 일요일인데도 칠곡지역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의 무료진료를 위내 보건소에 나왔으나 ‘손님’이 오지 않아 텅빈 진료실만 지켜야했다. 칠곡 왜관공단 100여개 업체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는 400여명. 그러나 이들이 신원노출때문에 무료진료도 꺼려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안씨는 며칠 전부터 공단관계자들을 찾아다니며 호소했다. 불법체류자라도 인적사항이 드러나는 진료카드를 만들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고 설득했다.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답변을 얻어냈지만 이날 오전 보건소를 찾은 외국인은 2명 뿐이었다.
한의대에 다닐 때부터 방학이면 전국 방방곡곡은 물론 캄보디아 등 외국까지 다니면서 한방의료봉사를 해왔던 안씨는 보건소에 근무하게 된 인연으로 칠곡지역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를 위해 동료 한의사 4명 등 6명으로 의료봉사팀을 구성했다.
“캄보디아에서는 하루 600여명 정도 진료 했어요. 너무 많이 환자들이 몰려 환자를 막아야 했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기대반 우려반 했지만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 근로자들의 사정이 이럴 줄 몰랐습니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자동차로 5분거리인 보건소까지 오는 게 불편할까봐 공단 안에 있는 진료장소를 물색했으나 ‘마땅한 곳이 없다’는 대답을 듣고 보건소 안에 진료실을 임시로 마련해야 했다.
공단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가 있는 업체에 일일이 팩스로 진료일정을 알렸다”며 “외국인근로자를 보내고 안보내고는 해당업체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업체에서 외국인근로자를 가리킬 때 ‘걔들’이라고 하더군요. 엄연히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인데 말투부터 차별의식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무료진료에 많이 가라고 권장하는 업체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안씨는 “몸이 아픈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을텐데…”라며 난감해했다.
칠곡〓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