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피의자 사망' 처벌수위 고심

  • 입력 2002년 10월 31일 19시 02분


‘서울지검 피의자 사망사건’의 처리를 놓고 검찰 수뇌부는 ‘이럴 수도 없고, 저럴 수도 없어’ 곤혹스러워 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가혹행위의 진상이 속속 드러나면서 사건의 파문이 커지고 있어 수사 지휘부와 서울지검 수뇌부의 문책으로까지 이어질 조짐이다.

대검 감찰팀이 강력부 수사팀을 상대로 강도 높게 조사하고 있지만 파문을 가라앉힐 묘책을 찾지 못해 검찰 관계자들은 고심하고 있다.

대검의 한 간부는 31일 “이 사건의 주임검사는 나름대로 집념을 갖고 자칫 묻힐 뻔했던 살인사건을 추적해 왔다”며 “주임검사를 읍참마속하는 방안을 내놓으면 검찰 내부가 술렁거릴 테고, 그렇다고 가볍게 처벌하자니 ‘봐주기 조사’나 ‘축소 은폐 조사’라는 의혹을 받지 않겠느냐”고 토로했다.

감찰팀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이 사건 처리방안 중 최악의 시나리오인 독직 폭행치사 혐의를 전제로 관련자들을 조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부검 결과 수사관 등이 구타를 해 사망한 것으로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을 경우 관련자 처벌을 놓고 또 진통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외부의 의심을 받지 않고 사건을 처리하는 방안을 미리 강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럴 경우 현직 검사에 대한 형사처벌은 물론 서울지검 지휘부에 대한 징계가 피할 수 없는 수순이어서 파문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인권옹호기관이라고 자칭하던 검찰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하는 성명을 내며 공세를 펴고 있다.

특히 현직 대통령 아들 두 명과 권력 핵심 인사들을 잇따라 구속한 검찰에 대해 집권세력마저 눈을 흘기는 분위기다. 검찰로서는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빠진 상황인 셈이다.

게다가 ‘병풍(兵風) 수사’를 지휘한 서울지검장과 3차장도 지휘 책임을 면키 어려워 검찰 내부에는 벌써부터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대검의 한 검사장은 “태풍이 위험하기는 하지만 장마전선을 한번에 밀어내는 위력을 지니고 있다”며 “엄정한 수사를 통한 정면돌파 말고는 길이 없다”고 말했다.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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