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정안과 의료팀, 우즈벡 교민 71명 무료시술

  • 입력 2002년 9월 24일 18시 28분


인천 정안과병원 의료팀이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백내장 환자를 수술하고 있다. 타슈켄트〓손효림기자
인천 정안과병원 의료팀이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백내장 환자를 수술하고 있다. 타슈켄트〓손효림기자
“백내장으로 앞을 못 보던 환자들이 이제 보인다며 환호성을 지르던 모습을 결코 잊지 못할 겁니다.”

13일부터 21일까지 우즈베키스탄에서 의료 봉사활동을 펼친 인천 정안과병원 의료팀은 피로한 가운데서도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전문의 2명, 간호사 4명 등 모두 9명으로 구성된 의료봉사팀은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에서 고려인과 현지인 71명의 백내장 환자를 수술하는 등 모두 670명의 환자를 진료했다. 이들이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한 것은 2월에 이어 두 번째. 현지의 한 고려인으로부터 도움을 요청받은 것이 계기가 돼 1년에 2번씩 설과 추석 때마다 정기적으로 의료 봉사활동을 하기로 했다.

이들이 현지에 마련한 진료소 앞은 오전 4시부터 찾아온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뤄 의료진이 순서를 정하느라 진땀을 흘려야 했다.

“수정체가 너무 딱딱하게 굳어버려 수술하는 데 애먹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의 백내장 환자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간단한 수술만 받으면 앞을 볼 수 있는데….”

최기용(崔起鎔) 원장은 여건상 더 많은 환자를 수술하지 못하는 것을 못내 안타까워했다.

수술 후 빛을 되찾은 환자와 가족들은 의료진에 기습적으로 키스를 하며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현지에서 즐겨먹는 ‘개장(보신탕)’을 해주겠다며 의료진의 손을 잡아끄는 할머니도 있었다.

“죽을 때까지 하늘, 땅, 사람들 모두 실컷 보고 저세상으로 갈 것이오.”

백내장으로 8년 동안 앞을 못 보던 박상하씨(84)는 수술로 새로 눈을 뜬 뒤 눈물을 글썽이며 이렇게 말했다.

식사시간까지 아껴가며 하루 12시간 진료 강행군을 벌인 의료진은 “기뻐하는 환자들을 보면서 한 명이라도 더 치료해야겠다는 생각에 힘든 줄도 몰랐다”며 활짝 웃었다.

타슈켄트〓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