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우병치료제 에이즈감염 충격]외국의 집단 감염 사례

  • 입력 2002년 9월 13일 06시 49분


일본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도 에이즈바이러스에 감염된 혈우병치료제와 혈액을 주사한 뒤 수천명의 혈우병 에이즈 환자가 발생해 나라가 발칵 뒤집힌 일이 있다.

일본에서는 80년대 미국으로부터 수입한 혈액으로 만든 비(非)가열 혈우병치료제가 에이즈바이러스에 오염된 채 혈우병환자에게 투여돼 1800여명이 감염되고 400여명이 사망했다. 일본 시민단체를 똘똘 뭉치게 한 ‘에이즈 약해(藥害)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후생성 보건의료국장이 일본 역사상 처음으로 행정책임 때문에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됐다. 보건의료국장은 비가열 혈우병치료제의 위험성이 예견됐는데도 이를 폐기 처분하지 않아 혈우병환자를 숨지게 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당시 법원은 제약회사와 국가가 감염자에게 4500만엔씩을 지급하도록 했다.

프랑스에서도 에이즈 확산 초기인 80년대 초반 4200명이 수혈로 에이즈에 감염됐다. 그 중 1348명은 혈우병환자였고 625명이 목숨을 잃었다.

환자들은 85년을 전후한 시기에 국정을 책임졌던 로랑 파비우스 총리와 사회장관, 보건장관을 특별법정에 세웠으며 보건장관은 99년 유죄를 선고받았다. 프랑스 제5공화국 40여년 역사상 전직 각료가 법정에 선 것은 처음이었다.

당시 프랑스 과학자들은 미국에서 새로 개발된 에이즈혈액검사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했지만 정부는 이 건의를 묵살하고 국산화를 한다며 예방조치를 취하지 않아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신동호 동아사이언스기자 do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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