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김대업 동시訪美 ‘미스터리’…작년 3월 美방문

  • 입력 2002년 8월 30일 06시 51분


한나라당은 29일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의 아들 정연(正淵)씨의 병역 면제 의혹을 주장하고 있는 김대업(金大業)씨가 지난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미국방문(3월 6∼11일)에 동행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씨는 이날 밤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같은 기간에 미국에 간 것은 사실이다”고 미국방문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나 행선지는 뉴욕 워싱턴 로스앤젤레스라고 해명했다. 한나라당이 이날 제시한 김씨의 출입국기록에도 김씨는 지난해 3월 7∼11일 미국에 다녀온 것으로 되어 있다.

김씨가 김 대통령과 같은 시기에 미국을 방문한 것은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세 가지 점에서 석연치 않다.

첫째, 김씨는 출국 이틀전인 지난해 3월 5일 자신이 회원으로 있는 ‘SBS 골프닷컴’의 동호회 사이트 게시판에 “3월 6일부터 11일까지 미국 워싱턴, 시카고 출장입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김 대통령의 방미 기간 및 방문지와 정확히 일치한다. 김 대통령은 당시 워싱턴과 시카고를 방문했다.

둘째, 김씨는 귀국 당일인 3월 11일에는 같은 사이트에 “시카고(10일)-자동차 공장이 너무너무 컸음. 좋은 차도 무지무지 많았음. 그런데 내차는 1대도 없었슴.(고생했슴)”이라고 적었다. 시카고에서 자동차공장을 견학한 것처럼 글을 올린 것이다.

그런데 김씨의 ‘자동차공장 방문’은 ‘또 하나의 우연’이 아닐 수 없다. 김씨가 자동차공장을 방문했다는 바로 그날 김 대통령은 숙소인 시카고 힐튼호텔에서 제너럴모터스(GM) 잭 스미스 회장을 접견했다.

김씨는 “미국에는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동생과 뉴욕에 거주하는 친구를 만나러 갔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씨가 귀국해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글에는 친지를 만난 내용은 없고, 김 대통령의 미국 내 방미활동에 관한 내용을 올린 것이 세 번째 의문점이다.

김씨는 사이트에 “미국에서 성질대로 한 번 하고 싶은데 참았씀. 대통령 각하한테...이 양반..콱..콱.. 부시는 역시 아침에 부시시한 모습으로 나타나서 부시시하게 행동했음. 부시가 한국에 온다면 부시(싯)돌을 선물할 것임”이라고 적었다.

김씨는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미국에 가기 전과 갔다와서 사이트에 올린 글은 내가 쓴 것이 맞다”고 인정했다.

김씨는 “어떻게 해서 김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 이야기를 동호회원들에게 소개하게 됐느냐”는 질문에는 “워싱턴 현지 교포신문에 난 기사를 읽고 썼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당시 부시 대통령이 20세나 많은 김 대통령에게 결례한 사실이 보도된 것이 기억이 나서 글을 올렸다는 것.

김씨는 또 “전과자이자 파렴치한으로 매도당한 내가 어떻게 대통령과 함께 미국에 갈 수 있겠느냐”며 한나라당의 주장을 부인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김대업 정치공작 진상조사단’은 “김씨가 김대통령과 같은 시기에 미국에 간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닐 것이다”라며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김씨는 구속수감 중이던 지난해 5월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3월 미국에 가서 마이클 김이란 교포를 만나 병무비리 주역인 박노항 원사의 도피처를 추적했다”고 밝혔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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