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걸씨 첫 공판]"누구 돈인지 몰랐습니다…"

  • 입력 2002년 6월 28일 18시 41분


왼쪽부터 김홍걸 취규선 김희완씨. - 신원건기자
왼쪽부터 김홍걸 취규선 김희완씨. - 신원건기자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3남 홍걸(弘傑)씨가 구속 40일만인 28일 처음으로 법정에 섰다. 최규선(崔圭善) 미래도시환경 대표, 김희완(金熙完)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함께였다.

서울지법 형사합의23부(김용헌·金庸憲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홍걸씨는 최씨 등에게서 돈을 받은 사실은 대부분 시인했으나 “누구에게서 나온 돈인지 몰랐고 타이거풀스 인터내셔널(TPI)이나 대원SCN의 사업 청탁 등에 개입한 적이 없다”고 대가성을 부인했다.

홍걸씨는 검찰이 “자택 등에서 압수한 메모지에 ‘대원SCN 몫 10%, 새로운 합작법인 주식’ 등을 써놓은 것은 무엇이냐”고 추궁하자 “사업 내용을 잘 몰라 설명을 들으면서 받아 적은 것일 뿐 돈의 성격과는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이날 검은색 양복을 입고 피고인석에 앉은 홍걸씨는 옆에 앉은 최씨 등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우두커니 법정 정면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검찰 신문에 응했다. 목소리는 작지만 차분했다.

반면 최씨는 주변을 둘러보는가 하면 세 사람에게 한꺼번에 질문이 나오자 대답을 재촉하며 김희완씨의 옆구리를 찌르는 등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재판 도중에 홍걸씨의 답변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최씨도 대가성을 부인했다. 그는 “타이거풀스 대표 송재빈(宋在斌)씨가 체육복표사업자 선정과정이 공정하게 진행되도록 신경써줘 고맙다는 뜻으로 주식을 준 것”이라며 “복표사업자 선정 결과가 홍걸씨 덕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대원 측에서 10억여원을 받은 부분 등에 대해서도 “해외 기술합작을 도와주는 대가로 받은 정당한 돈”이라고 답했다. 그는 “존경하는 재판장님께 말씀드리는데 우리는 고위공무원에게 청탁할 위치에 있지도 않고 능력도 없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김희완씨도 “송재빈씨가 평소에 나를 많이 의지하고 따랐기 때문에 고맙다는 뜻으로 주식을 준 것”이라고 답변했다.

한편 이날 법정에는 청와대 법률담당 행정관으로 파견된 강선희(姜仙姬) 변호사 외에는 방청객이 거의 없어 통상 100여명의 방청객이 몰리는 다른 유명인사들의 재판과는 대조적이었다. 다음 공판은 7월19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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