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잡은 '한강 건너기' 대회

  • 입력 2002년 6월 28일 01시 09분


국민생활체육 서울시 철인3종연합회가 주최한 ‘제1회 한강아쿠아애슬론대회’ 참가자가 한강을 수영으로 왕복하던 중 실종됐다가 나흘 만인 27일 시체로 발견됐다.

대회 참가자들은 주최측이 인명구조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대회를 강행해 이 같은 사고를 초래했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7일 오전 서울 성동구 옥수동 동호대교 부근 한강에서 모터보트를 타던 곽모씨(35)가 물 위에 떠 강변으로 밀려온 최모씨(36·회사원)의 시신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는 23일 오전 11시 수영과 마라톤을 결합한 이 대회에 참가, 잠실대교와 잠실선착장 중간지점에서 출발해 한강을 건너던 중 실종됐다.

최씨가 실종된 이후 경찰과 주최측은 잠수부를 동원해 물밑 수색작업을 벌여왔다.

당시 최씨는 폭 750m의 한강을 왕복하는 1500m를 수영한 뒤 10㎞를 달리는 A급 코스에 도전했다. A급 코스에는 300여명이 참가했다. 최씨는 2년 가량 수영을 해왔으며 특별한 지병 없이 건강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대회 참가자 허모씨는 “장소 허가를 놓고 한강관리사업소와 마찰을 빚어 출발시간이 예정보다 2시간가량 늦어지자 주최측은 아무런 준비운동 없이 물에 뛰어들라고 했다”면서 “이날 새벽부터 비가 내려 수영하기에는 너무 추운 날씨였다”고 말했다.

최씨와 함께 출전한 장모씨는 한국트라이애슬론서비스 홈페이지(www.kts.pe.kr) 게시판에 올린 의견을 통해 “날씨가 추운 데다 인명구조요원도 참가자들의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26명에 불과했다”면서 “이날 사고는 인재(人災)였다”고 주장했다.

대회 참가자 안모씨는 “물이 너무 차가워 물에 들어가자마자 5분도 안 돼 여기저기서 ‘살려달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면서 “인명구조선은 손이 달려 구조요청에 즉시 응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주최측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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