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걸씨 수사 안팎

  • 입력 2002년 5월 17일 17시 14분


"피의자는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崔圭善)씨에게서 돈과 주식을 받은 일이 있습니까."

"예."

"무엇에 대한 대가였나요."

"그런 것은 없습니다. 최씨가 저와의 관계를 돈독하게 하기 위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17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지검 11층 특수조사실 1102호.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3남 홍걸(弘傑)씨에 대한 임상길(林相吉) 서울지검 특수2부 부부장의 신문이 지루하게 계속되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벽 하나 사이인 특조실 1101호는 13년 전 당시 평민당 총재였던 김 대통령이 밀입북 혐의로 구속된 서경원(徐敬元) 당시 평민당 의원에게 1만 달러를 받았는지를 15시간 동안이나 추궁당했던 곳.

홍걸씨는 조사 도중 수차례 눈물을 글썽였다고 검찰 관계자는 전했다. 홍걸씨는 최씨와 함께 기업체 관계자들을 만난 사실, 최씨를 통해 13억원 상당의 타이거풀스 인터내셔널(TPI) 주식을 받아 차명으로 숨겨온 사실 등은 순순히 시인했다. 그러나 "이권에 개입한 적은 없다"며 나름의 방어 논리를 펴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하지만 검찰의 '공격'도 만만치 않았다. 임 부부장과 함께 수사팀의 김태영(金泰永) 이정만(李廷萬) 검사가 직접 홍걸씨 조사에 참여해 그동안 확보한 증거들을 토대로 홍걸씨를 추궁했다. 임 부부장은 수시로 철문을 열고 나와 차동민(車東旻) 부장검사실을 오가며 '작전회의'를 했다.

이에 앞서 수사팀은 이날 오전 2시 1차 조사를 마치고 홍걸씨에 대한 신문 내용을 정리하고 추가 신문을 준비하느라 꼬박 밤을 세웠다.

특조실 침대 위에서 잠을 청한 홍걸씨도 제대로 눈을 붙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 관계자는 "아침에 일어난 홍걸씨의 얼굴이 꺼칠해 보였다"고 말했다.

홍걸씨는 오전 8시경 아침 식사로 배달된 갈비탕도 거의 먹지 못한 채 다시 수사팀과 마주 앉았다. 곧이어 TPI 대표 송재빈(宋在斌)씨와 최규선씨 등에 대한 조사도 다시 시작됐다. 역시 '대가성'에 대한 공방도 팽팽하게 이어졌다.

검찰은 그러나 홍걸씨의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김회선(金會瑄) 서울지검 3차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검찰이 대가성 있는 돈이라고 의심하는 부분이 있으니까 홍걸씨를 추궁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홍걸씨의 변호인인 조석현(曺碩鉉) 변호사는 이날 오전 11시15분경 홍걸씨가 갈아입을 와이셔츠와 속옷 등 옷과 함께 우유를 들고 특조실에 들어갔다. 조 변호사는 "홍걸씨가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건강도 안 좋아 보인다"고 전했다.

<이상록 길진균기자>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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