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검찰등 ‘홍걸씨 빼돌리기’ 속임수

  • 입력 2002년 5월 14일 23시 05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3남 홍걸(弘傑)씨의 14일 귀국과 관련해 청와대와 검찰, 변호인 등이 하루 종일 ‘홍걸씨 빼돌리기’를 위한 연막작전을 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청와대는 홍걸씨의 귀국 직전까지 홍걸씨의 소재를 모른다며 시치미를 뗐고 검찰도 15일 출두 통보 사실을 공개하면서도 “홍걸씨가 국내에 있는지 해외에 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청와대〓청와대는 홍걸씨가 귀국한 직후인 오후 8시가 넘어서야 박선숙(朴仙淑)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의 브리핑을 통해 홍걸씨의 귀국사실을 발표했다.

그 직전까지 청와대 관계자들은 검찰의 소환 통보에 대해 “로스앤젤레스에서 아무런 준비도 없이 곧장 비행기를 타고 오라는 건데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얘기냐” “검찰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시간을 제시해 놓고 홍걸씨가 거부하느니, 마느니 하는 얘기가 나오게 만들려는 것 아니냐”고 둘러댔다.

한 관계자는 로스앤젤레스와 서울과의 물리적 거리를 거론하며 “검찰이 로스앤젤레스와 제주도를 착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고까지 말했다.

▽검찰과 변호인〓검찰은 오후 4시30분경 홍걸씨 소환통보 사실을 전격 발표한 뒤 “미국에서 오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한 것이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24시간이 넘는 시간적 여유가 있어 물리적으로 가능하다”고 답변해 홍걸씨의 동향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오후 5시경 사무실 직원을 통해 검찰에 선임계를 제출한 홍걸씨 변호인인 조석현(曺碩鉉) 변호사도 오후 6시30분경 서울지검 기자실에 들러 소환연기 요청 사실을 밝히면서 “홍걸씨와는 현재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 나도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시각 홍걸씨는 이미 일본 나리타(成田)공항에 도착한 상태였다.

▽인천공항〓인천공항 보안당국은 홍걸씨의 입국을 사전에 알고도 방조 내지 협조했다는 의혹을 피하기 어렵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우선 홍걸씨가 오후 7시55분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를 통과하자마자 공항 보안관계자들이 그를 호위하고 안내해 공항을 빠져나갔다.

또 공항 보안관계자들은 허위 제보로 취재진을 혼란에 빠뜨리기도 했다. 공항에서 대기 중이던 기자들은 처음에는 홍걸씨가 나리타공항을 거쳐 들어 온다는 소식을 듣고 외국 항공사 입국장에서 기다렸다.

그러나 보안관계자가 “홍걸씨가 대한항공 002편으로 들어온다”고 제보해, 기자들이 국내항공사 입국장으로 몰려갔고 홍걸씨는 이때를 이용해 외국항공사 입국장을 통해 공항을 빠져나갔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이호갑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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