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울산 월드컵 숙박업소 예약 기피 너무한다

  • 입력 2002년 5월 14일 19시 33분


“월드컵때 관광객을 우리 모텔로 모시고 오지 않는게 도와주는 겁니다.”

모 여행사 울산지점에 근무하는 김모씨(39)는 본사로부터 “월드컵때 울산을 방문할 외국인의 숙소를 예약해달라”는 연락을 받고 최근 울산 남구 삼산동과 달동 모텔 밀집지역의 ‘월드컵 숙박업소(world inn)’에 숙소를 물색하러 갔다가 주인의 이같은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투숙객을 한명이라도 더 확보해야 할 숙박업소에서 예약을 받지 않겠다니 이해할 수 없었던 것.

김씨의 의문은 얼마 되지 않아 풀렸다.

이 일대에 밀집한 룸살롱과 나이트클럽 등 유흥업소에서 찾아오는 ‘쉬었다 가는’ 손님만 받아도 방이 모자랄 정도고 수익도 훨씬 좋은데 굳이 3∼5일간 머물 관광객을 예약받을 이유가 없기 때문.

이곳 뿐만 아니라 울산지역 대부분의 여관과 모텔은 예약을 하려면 “빈방이 없다”며 아예 거부하거나 울산시가 제시한 투숙료(하루 5만∼7만원)보다 터무니 없이 비싼 요금을 요구하며 예약을 받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시가 ‘월드컵 숙박업소’로 지정한 여관과 모텔은 402개소 7775실.

이들 업소에 대해 시는 지난달부터 매월 2500여만원을 들여 소독약을 무료로 나눠주는 것을 비롯, 교통유발부담금과 환경개선부담금을 각각 50∼25% 감면해주고 3자 통역시스템(2900여만원) 외국어 대화책자(1500여만원) 안내지도(5000만원) 가이드북(8000만원) 등을 무료로 배포하는 등 지원을 하고 있다.

시는 “원만한 월드컵 대회를 위해 각종 혜택을 받는 지정업소에서 예약을 받지 않는 것은 명백한 계약위반”라며 14일부터 월드컵 대회가 끝나는 다음 달 말까지 공무원 84명으로 12개 점검반을 편성, 월드컵 숙박업소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울산〓정재락기자 jr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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