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지사 성희롱 공방 가열

  • 입력 2002년 5월 10일 18시 37분


우근민(禹瑾敏) 제주지사의 성희롱 사건이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를 계기로 관련자 간의 공방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정치적 음해론까지 가세,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민주당과 우 지사 측에서는 한나라당의 신구범(愼久範) 제주지사 후보측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사건을 지나치게 확대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과 신 후보측은 민주당이 성희롱 사건을 교묘한 정치적 술수로 희석시키려 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제주지검은 우 지사가 성희롱 사건의 당사자인 고모씨(44·여)와 제주여민회 대표 등 3명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건에 대해 7일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성희롱 논란〓검찰은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어떤 방법으로든) 손이 가슴에 닿은 것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허위사실 공표로 볼 수 없어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우 지사가 자신의 집무실에서 고씨의 블라우스 겉옷 단추를 풀고 가슴을 만졌다’는 피고소인들의 주장이 왜곡 과장된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우 지사의 무고 혐의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제주여민회는 10일 성명을 발표하고 “검찰이 ‘가슴에 손이 닿았다’고 일정 부분 성추행을 인정한 만큼 우 지사는 피해자와 도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여성연합은 8일 배포한 자료에서 “검찰이 성추행의 진위 여부를 가리기보다는 주변적인 정치적 연관성을 고려하는 모습을 보여 실망스럽다”며 “검찰 발표는 성폭력 피해를 당한 여성의 호소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제주여민회가 이 사건을 여성부에 고발함에 따라 검찰 수사와는 별개로 현재 여성부의 조사가 진행 중이다.

▽정치적 음해론〓검찰은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성희롱 사건을 전후해 고씨와 신 후보, 신 후보 부인 등과 전화통화한 내용을 공개했다.

이와 관련해 우 지사 측은 “신 후보와 부인 등은 고씨와 수십 차례 통화하면서 깊숙이 개입해 (성희롱)사건을 왜곡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자행한 정치음해극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신 후보측은 9일 “변호사 문제로 몇 차례 통화한 것뿐인데 검찰은 통화기록만으로 내가 이 사건을 확대 과장토록 한 것처럼 공표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명예훼손에 의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신 후보측은 또 10일 성명을 내고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피해자에게 협박과 폭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하면서 관련 검사들의 파면을 촉구했다.

제주〓임재영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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