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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4월 1일 01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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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도가 시행된 지 7년이 지났지만, 상당수 학생과 학부모는 대학 입시에 필수적이기 때문에 봉사활동을 해야 하는 것처럼 생각한다.
인천지역 자원봉사활동 시범학교로 지정된 정보산업고교의 경우 지난해 초 학생들이 ‘한마음 봉사단’을 결성해 쓰레기 분리수거활동에 나섰다. 처음 참가자는 100여명이었으나 학기말에는 12명으로 줄었다. 내용도 쓰레기 분리활동보다 혼자사는 노인을 정기적으로 보살피는 활동으로 바뀌었다.
S여고의 한 교사는 “학생들의 봉사활동에 대한 관심이 적은 것도 문제인데다 아이들이 힘든 일을 하는 것을 안쓰러워하는 부모들의 생각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진정한 봉사활동이 이뤄지려면 학교 교육도 중요하지만 학부모가 먼저 모범을 보이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 교사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학교에서 아무리 봉사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해도 가정교육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얘기다.
올해 대학에 진학한 둘째 아들도 고교 3학년 때 봉사활동문제로 고심했었다. 고3 1학기때 수시 입학 원서를 제출했을 때 그간 봉사활동을 소홀히 했다는 점을 절실히 느꼈다.
명문 대학 진학을 원했던 나는 아들이 더 많은 시간을 공부에 쓸 수 있도록 교내 봉사활동이나 우체국, 경찰서, 동회 등에서 대충 시간을 보내고 봉사확인서만 내는 걸 방치하다시피 했다. 그렇지만 수시 입학 원서를 받은 대학측은 학생들에게 봉사활동의 구체적 사례와 느낌을 상세히 서술하도록 했다.
각 대학이 학생의 인성 평가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도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결국 아들은 수시 입시에 낙방했다. 1학기를 마친 뒤 여름방학 기간 중 아들은 보충수업을 하는 대신 자체장애인시설을 찾아 봉사활동을 했다.
아들은 봉사활동을 마친 뒤 “진작 이런 곳에서 일 했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날씨가 무더웠지만 장애인 친구들을 사귀면서 말할 수 없는 기쁨을 느꼈어요”라고 반색했다.
나는 아들이 ‘진짜 봉사활동’을 하게 됐다는 생각에 흐믓해하면서도 입시가 코앞에 닥쳐서야 진짜 봉사활동을 하도록 그동안 내버려두었다는 생각에 부끄럽기도 했다.
대학입시용 ‘억지 봉사’가 아니라 이웃과 사랑을 나누는 공동체 삶을 위해 어렸을 때부터 아이들이 봉사활동에 참여하도록 해주는 일이 중요할 것 같다. 학부모가 몸소 봉사활동을 실천하는 삶을 보여주는 것이 더욱 중요함을 물론이다.
자원봉사 관련 정보는 인천시 청소년 자원 봉사센터(www.youth.ghil.com), 청소년 자원 봉사센터(www.youthvol.net), 청소년 자원 봉사동아리 연합회(www.dybonga.com), 봉사넷트(www.bongsa.net), 한국청소년 연맹(www.kyca.net), 복지넷(www.bokji.net) 등을 참고하면 좋다.
최정숙(48·해반 갤러리 대표, 교육인적자원부 학부모 명예기자·haeban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