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녹색서울 실천단 패션쇼 "헌옷도 재활용하면 예뻐요"

  • 입력 2002년 2월 6일 18시 39분


“자, 1번 모델부터 왼쪽으로 도세요. 왼쪽으로….”

6일 오후 4시반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는 ‘의미 있는’ 패션쇼가 열렸다. 녹색서울시민위원회 소속 자원봉사자 모임인 ‘시민실천단’ 회원 98명이 그동안 장롱 속에 묵혀둔 옷을 꺼내 직접 디자인해 만든 재활용 의상을 입고 모델로 나온 ‘재활용 패션쇼’가 펼쳐진 것이다.

이번 패션쇼는 6년 전 서울시와 시민 기업 등이 ‘녹색 서울’을 만들기 위해 구성한 녹색시민위원회가 그동안 쾌적한 서울을 만들기 위해 애쓴 시민실천단의 노고를 격려하기 위해 마련한 ‘녹색서울한마당’ 행사의 하나로 열렸다.

이날 모델들은 무대 뒤에 있는 감독의 지시에 따라 김수철의 동요 ‘알아알아’와 현대풍으로 편곡한 전통음악 등에 맞춰 경쾌한 발놀림을 보여줬다.

이날 패션쇼에는 파티복과 드레스 모자 목도리 등 다양한 ‘작품’이 등장해 기존 패션쇼 못지않았다. 특히 참가자의 3분의 1 정도가 한복(29명)을 재활용 소재로 사용해 파티복과 바지 윗도리 조끼 등을 만들었다.

저고리와 치마 등 개량 한복을 입고 나온 주부 탁금자씨(40·중랑구 면목6동)는 “10년 전 동생 결혼식 때 친정 어머니가 입던 한복을 원단이 좋아 보관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쓰일 줄 몰랐다”고 말했다.

청바지를 재활용한 의상도 많았다. 서초구 서초4동에 사는 주부 이정옥씨(47)는 15년 전 옷장에 넣어둔 아들의 청바지와 티셔츠 등을 재활용해 외출용 청치마와 티셔츠를 새로 만들었다. 특히 티셔츠는 밑선이 닳아 너덜너덜해진 검은색 티셔츠에 청바지 허리부분을 뒤집어 결합시킨 ‘엽기적인 작품’으로 평가됐다.

이씨는 “못 입던 옷을 꺼내 직접 디자인해 새 옷을 만드니까 내가 유명 디자이너가 된 느낌”이라며 즐거워했다.

몇명 안 되는 남자 모델 중 한 명인 김동춘씨(55·성북구 동선3가)는 10년 전 입던 면바지와 오래된 넥타이를 이용해 만든 등산복 조끼와 바지를 입고 나와 박수를 받았다.

시민실천단 회원인 어머니의 추천으로 나온 최연소 모델인 허인영양(4)은 어머니가 자신의 스커트로 만든 차이나풍 아동용 투피스를 입고 등장했다. 또 최고령 모델인 최형남옹(72)은 칼라를 변형시킨 반코트와 주머니를 고친 바지를 입고 나와 ‘세련된 워킹’을 보여줬다.

이 밖에 20년 전부터 쓰던 아빠의 목도리를 아들의 목도리로, 엄마의 결혼 전 파티복을 딸의 드레스로 각각 만든 ‘자녀사랑형 작품’도 눈에 띄었다.

2000년 7월 출범한 시민실천단은 서울시내 25개 구청에서 3855명의 회원이 △대기오염 줄이기 △작은 산 살리기 △폐식용유 활용하기 △생태탐사 등 다양한 환경보전 활동을 벌이고 있다.

패션쇼 참가자들은 이날 행사를 마친 뒤 환경친화적인 월드컵대회를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솔선해 내 집앞을 깨끗이 청소할 것 등을 다짐했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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