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쇼핑분위기 망치는 동성로 소음

  • 입력 2002년 2월 4일 19시 42분


‘대구 동성로는 소음(騷音)의 바다.’

대구 시내 최대의 번화가인 중구 동성로에서 영업중인 상당수 업소와 노점에서 엄청난 소음을 유발해 쇼핑나온 시민과 이 일대 상인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3일 오후 2시 동성로 입구 한일극장 앞 인도. 극장 건물에 입주해 있는 엑슨밀라노(의류할인판매점) 야외무대에 설치된 6개의 대형 스피커에서 소음이나 다름 없는 팝송이 쉴새 없이 쏟아져 나왔다. 이 소리는 부근 차도를 통행하는 차량소리와 뒤엉켜 지나가는 시민들이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조차 없을 정도로 시끄러웠다.

이 곳 야외 무대에서는 호객을 위한 이벤트로 이날 오후 1시부터 8시까지 무료 헤어스타일링컨테스트, 시민노래자랑, 일요뮤직캠프 등 소음유발성 행사가 집중적으로 열렸다.

또 한일극장 앞에서 대구백화점 앞 광장까지의 노상에서는 카세트테입 판매 노점상들이 5∼10m 간격으로 유행가요를 큰소리로 틀어놓고 영업을 하고 있었다.

같은 시간, 대구백화점∼중앙파출소간 ‘보행자 전용도로’는 양쪽으로 늘어선 의류 화장품 신발 액세서리 업소들이 호객용 음악을 틀어 마치 ‘소음 터널’을 지나는 것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상인 A씨(36)는 “우리도 조용히 장사를 하고 싶지만 맞은편 경쟁업소에서 음악을 틀며 고객들을 유치하는 것을 보고 어쩔 수 없이 입구에 스피커를 달았다”고 말했다.

휴일을 맞아 모처럼 가족과 함께 쇼핑나왔다는 주부 장성희씨(38·대구 남구 대명동)는 “어린 딸이 고막을 찌르는 노래와 음악소리에 귀를 막고 길을 걷는 모습이 안타까워 서둘러 쇼핑을 끝내고 귀가중”이라고 말했다.

다른 한 시민은 “월드컵대회 등 국제행사 때 대구를 찾는 외국인들이 쇼핑을 위해 동성로를 방문했을 때 어떤 생각이 들겠느냐”며 혀를 찼다.

이와 관련해 관할 중구청은 지난해 한해 동안 동성로 일대의 소음유발 업소 15군데에 대해 소음을 줄여달라는 내용의 계고장만 보내 ‘봐주기 단속’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역 환경전문가들은 대구의 명동인 동성로를 ‘소음 난장판’으로 만드는 업소에 대해서는 소음진동규제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는 등 강력한 행정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구〓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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