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같은 일하는데 왜 임금性차별”…‘동일노동-동일임금’ 논란

  • 입력 2002년 2월 4일 18시 11분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올해 노동계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노동부는 남녀고용평등법의 ‘같은 일을 하는 근로자는 남녀 구분없이 임금을 동일하게 받아야 한다’는 규정이 근로현장에서 이행될 수 있도록 세부기준을 만들기 위해 최근 남녀근로자 직무분석을 실시했다고 4일 밝혔다.

이 조사결과 조립라인 근로자의 경우 여성의 직무가치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도 여성노동자들이 상대적으로 적은 임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

이 같은 조사결과에 따라 노동계는 올해 이 규정의 준수를 임금투쟁의 이슈로 삼기로 했다. 그러나 경영계에서는 부담이 늘어날 것을 우려하는 등 파문이 예상된다.

▽직무분석 결과〓직무분석은 노동부의 용역을 받아 여성개발원이 생산업체와 유통업체 각 1곳의 남녀근로자 30명씩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이 용역을 담당한 여성개발원 김태홍 박사는 “생산업체의 조립라인에서 일하는 여성근로자의 ‘직무가치’가 남성보다 더 높은 것으로 잠정결론이 나왔다”며 “그러나 여성근로자의 임금은 남성근로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고 말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이달 중순경 여성개발원으로부터 보고서를 넘겨받은 뒤 세부 판단기준을 마련해 각 지방노동관서에 내려보내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조사를 받은 서울 구로공단의 음향기기제조업체 A사 노동조합은 직무분석 결과에 앞서 올 임단협에서 남녀의 기본급을 같게 해달라고 요구하기로 했다. A사의 고졸 초임은 기본급 등을 합해 남성(군 면제)이 여성보다 월 3만여원 더 많다는 것.

A사 노조위원장 김모씨는 “현장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이 일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며 “올 임단협에서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첫 단계로 기본급 동등화를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8일 예정된 금속업종 서울지역본부 소속인 18개업체 월례회의에서 기본급 동등화를 함께 요구하자고 제안할 예정이다.

▽노동계 움직임 및 경영계 반응〓한국노총도 7일 열리는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직무분석을 토대로 한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올해 임단협에서 이슈로 제기할 방침이다.

한국노총 정영숙 여성본부장은 “그동안 여성근로자들이 당연히 받아야할 돈을 받지 못한 임금차별 관행을 고치겠다”고 강조했다.

여성민우회 이인숙 간사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조항은 89년에 생겼지만 아직도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며 “노동계가 강력히 요구할 경우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혀 여성단체도 대거 가세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소속 권두섭 변호사는 “사용자가 노조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노조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며 “동일노동 동일임금 조항을 어긴 사업주는 3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영자총협회 김정태 이사는 “원칙은 옳지만 남성근로자는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라는 현실을 감안해야 할 것”이라며 “노동계의 요구가 거셀 경우 사용자는 비정규직 고용을 늘려 부담을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동일임금 동일노동은 노동부가 91년 은행의 여행원제도를 남녀차별로 간주해 시정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으로 거론됐다.

당시 은행권은 여행원제도를 없애고 남녀간 호봉도 같게 해 여성의 임금이 월평균 1만∼10만원 오르도록 했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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