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감리위원 모 여대교수, 주가조작 의혹 회계장부 은닉

  • 입력 2002년 2월 4일 06시 55분


금융감독원 현직 감리위원이 지앤지(GNG)그룹 회장 이용호(李容湖)씨의 주가 조작 공범으로 구속된 전 대양상호신용금고 소유주 김영준(金榮俊)씨의 도피를 돕는 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사실이 ‘이용호 게이트’를 수사중인 특별검사팀에 포착됐다.

차정일(車正一) 특검팀은 3일 현직 금감원 감리위원인 모 여대 회계학과 김모 교수(45·여)와 김 교수의 여비서 홍모씨(31)를 2일 극비리에 소환, 이들이 김영준씨의 도피를 도와주고 회계장부 등 범행 증거를 은닉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4일 중 김영준씨를 이씨 소유의 KEP전자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 회사측에 303억여원의 손실을 입힌 혐의로 구속 기소하면서 김 교수와 홍씨의 범인 도피 및 증거은닉 혐의에 대한 수사기록을 검찰에 넘기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특히 이들에 대한 수사기록에 ‘금감원 감리위원이라는 고위직에 있는 김 교수가 김씨를 도와 이용호씨의 삼애인더스 해외 전환사채(CB) 발행 및 주가 조작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을 포함시킬 방침이다.

특검의 수사 자료를 넘겨받게 될 검찰이 금감원 감리위원과 김영준씨의 유착관계를 밝혀내면 또 다른 권력형비리 사건으로 ‘김영준 게이트’가 시작되리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금감원 감리위원회는 모두 9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으며 상장 회사들의 회계감사 결과를 토대로 이들의 주가 조작이나 분식회계에 대한 처벌 수위를 최종 결정하는 기구로 김 교수는 99년 3월부터 지금까지 비상임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김영준씨는 이씨와 함께 지앤지 그룹 계열사인 삼애인더스의 주가 조작으로 154억원의 차익을 챙긴 혐의로 지난해 11월부터 검찰 수배를 받아오다가 지난달 15일 특검팀에 검거됐다.

특검팀은 홍씨에게서 “김영준씨가 검거되기 직전인 지난달 15일 저녁 김 교수의 지시로 서울 강남구 청담동 김씨의 빌라에 직접 찾아가 김씨의 회계장부 등 비밀서류를 챙겨서 나왔다”는 자백을 받아냈다.

특검팀은 그러나 김씨가 도피 과정에서 현직 금감원 감리위원의 도움을 받고 증거를 은닉한 혐의가 특검의 수사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 수사자료를 검찰에 넘기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김영준씨도 2일 소환해 김 교수와 대질신문을 벌이려 했으나 김씨가 김 교수의 범인 도피 혐의 등을 시인해 대질은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교수는 혐의 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당시 이동전화 통화명세 등 증거를 상당수 확보해 혐의 입증에 문제가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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