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영씨 '불쑥 출두' 검찰 당혹…野의원까지 연루 의혹

  • 입력 2002년 1월 11일 18시 36분


‘윤태식(尹泰植) 게이트’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박준영(朴晙瑩) 전 국정홍보처장이 11일 검찰에 예고도 없이 출두하고 한나라당 이상희(李祥羲) 의원의 윤씨 게이트 연루 의혹이 새롭게 제기되면서 수사 상황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검사들조차 “‘등장인물’이 늘어나면서 ‘주연 배우(몸통)’가 누구인지 더 헷갈린다”고 말한다.

▽박 전 처장 수사〓검찰은 전 현직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실 직원 2명을 11일 조사, ‘근거’를 확보한 뒤 박 전 처장의 소환시기를 검토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박 전 처장이 갑자기 출두하자 검찰 관계자들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박 전 처장에 대한 검찰 수사의 핵심은 그가 윤씨에게서 주식 또는 금품 로비를 받았느냐는 것.

박 전 처장의 금품수수를 밝혀내지 못하면 박 전 처장에 대한 수사는 ‘해명성’으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 박 전 처장의 출두에 대해 검찰이 불쾌해하는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제3의 카드’로 박 전 처장이 보건복지부 등 다른 부처에 패스21의 기술시연회를 주선해주는 과정에서 권한을 남용한 경우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이와 관련, 검찰은 박 전 처장이 윤씨를 청와대 만찬 행사에서 만난 이후 국정홍보처장 시절까지 지속적으로 접촉한 데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또 박 전 처장이 윤씨에게 자신이 잘 아는 여직원의 취직을 부탁한 경위도 석연치 않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직권남용 혐의로는 공소유지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범죄 구성요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이상희 의원의 등장〓이 의원은 박 전 처장보다 더 긴밀하게 윤씨와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그는 2000년 11월 국회의원회관에서 기술시연회를 연 데 이어 부부동반 저녁식사에도 참석했다.

검찰은 특히 이 의원이 패스21 관계자와 미국 벤처기업 방문 때 동행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이 방문은 이 의원의 주선으로 이뤄졌으며 패스21의 김석구 사장이 함께 다녀왔는데 당시 김 사장이 상당액의 달러를 지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의원의 경우에도 윤씨나 패스21 측과 주식 또는 금품거래가 있었는지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금품수수 사실이 밝혀지면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 위원장인 그의 신분에 비춰 대가관계는 쉽게 입증할 수 있다는 것.

검찰은 “이 의원의 경우도 주식이나 금품수수 단서가 나온 것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금품수수 여부에 상관없이 이 의원을 이 사건의 몸통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의혹의 핵심은 윤씨가 어떻게 청와대 등에 접근해 회사를 급성장시켰느냐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수형 기자 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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