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무전취식 조폭 5명 구속

  • 입력 2002년 1월 2일 18시 09분


‘잘 나가는 조폭’임을 내세우며 특급호텔에서 1년 가까이 무전취식(無錢取食)을 일삼아온 조직폭력배 일당이 검찰에 붙잡혔다.

서울지검 강력부(김규헌·金圭憲 부장검사)는 2일 서울의 한 특급호텔에 1년 가까이 묵으면서 수천만원의 객실료를 내지 않고 상품성 없는 그림을 강매한 혐의 등으로 ‘목포 로얄박스파’ 두목 천모씨(37)와 고문 안모씨(43) 등 5명을 구속기소하고 달아난 행동대장 오모씨(32) 등 4명을 전국에 지명수배했다.

검찰에 따르면 천씨는 2000년 12월 목포에서 조직원들을 데리고 서울로 올라온 뒤 강남의 N호텔을 자신들의 ‘아지트’로 정했다. 당시 N호텔은 내부 공사 도중 현금부족으로 부도가 난 뒤 대표이사가 구속되면서 관리가 소홀해져 주인 없는 호텔이 된 상태였다. 천씨는 이런 점을 악용, 호텔에 투숙한 뒤 지난해 10월 중순까지 320일 동안 머물면서 “나는 잘 나가는 폭력조직 두목이다”라고 호텔 관계자들을 위협해 6600여만원의 숙박료를 단 한푼도 내지 않았다는 것. 이들은 또 지난해 9월에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사우나 클럽을 운영하는 최모씨(43)에게 시가 3억원 상당의 사우나 1개층 영업권을 포기할 것을 강요했다. 또 같은 달 N호텔 지하홀에서 조직원 오모씨의 그림 전시회를 개최한 뒤 그림 5점을 최씨에게 1000만원에 강매하기도 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그러나 이들 그림은 전문가 감정결과 여러 작가의 그림과 낙관을 도용해 짜깁기한 모조품으로 전혀 예술적 가치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필요할 때 서로 연락을 취해 폭력배를 부르는 ‘폭력복덕방’까지 동원해 범행에 이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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