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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28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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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반장이 된 1999년 7월부터 지금까지 이 반장이 붙잡은 조직 폭력배는 현직 경찰관 중 가장 많은 6개파 185명. 이중 135명이 구속됐고 7년 이상의 중형을 선고받은 두목과 부두목만해도 15명이나 된다.
‘조폭 신드롬’이라는 말이 생겨났을 정도로 조직 폭력배에 관한 얘기가 넘쳐났던 한해를 되돌아보는 그의 마음은 그리 밝지 못하다.
영화는 물론이고 TV 등 매스컴에서 보여주는 조폭의 모습이 실제와는 너무 달라 청소년들에게 잘못된 가치관을 심어주지 않을까 걱정스럽고 사회를 뒤흔든 각종 권력형 비리사건인 ‘게이트’에서도 조폭이 등장하는 현실이 어이가 없을 뿐이다.
“조폭은 ‘우리 사회의 좀’입니다. 일은 하지 않고 공짜로 좋은 옷 입고 좋은 차 타는 부류들이에요. 겉보기에는 화려하지만 그 뒤에는 이들로 인해 고통받는 수많은 약자들이 있습니다.”
조폭에 대한 수사는 보통 석달 이상 걸린다. 조폭에 대한 첩보를 입수하고 해당 지역으로 출동하면 8명의 팀원들과 여관방에서 일망타진할 때까지 함께 지낸다.
고생도 고생이지만 1년 중 9개월가량은 객지에서 생활해야 하기 때문에 가족들을 볼 면목이 없다.
해당 지역 경찰의 도움을 받지 않는 것도 그들만의 수사 노하우.
구속시킬 때까지 철저한 보안이 생명이기 때문에 팀원 이외에는 아무도 믿지 않는다.
조폭 수사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피해자의 진술을 확보하는 일. 보복이 두려워 피해자들이 진술을 꺼리기 때문이다.
이 반장과 8명의 반원들이 늘 양복 차림으로 다니는 것도 피해자들에게 신뢰감을 주기 위해서다.
이 같은 이 반장의 ‘악명’ 때문에 경남 지역에서는 ‘조폭이 씨가 말랐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구속된 조폭은 대부분 마산교도소에 수감되는데 저희들끼리 ‘(형무소를) 나가면 옷을 벗기겠다. 해치운다’는 얘기를 한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조폭이 신고자나 수사 경찰관에게 보복한 것을 본 적이 없어요. 그럴만한 배짱도 없는 녀석들이니까요.”
그의 새해 소망은 함께 고생한 부하 직원들이 모두 승진하는 것과 올해처럼 우울한 ‘조폭 신드롬’이 이어지지 않는 것.
“조폭이 주목받는다는 것 자체가 사회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겁니다. 전국의 조폭들에게 공개적으로 한마디한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개과천선(改過遷善)해서 정당하게 땀 흘려 일한 대가로 인생을 살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이훈기자>dreaml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