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2005학년 수능 개편내용 우려-기대

  • 입력 2001년 12월 28일 17시 44분


200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 내용이 28일 공개되자 학생과 학부모, 교사 등 당사자들은 대체로 “혼란스럽다” 는 반응을 보인 가운데 새 제도에 대한 기애와 우려가 엇갈렸다.

특히 개편된 수능시험의 첫 적용 대상인 중3 학생과 학부모들은 “2002학년도 수능시험처럼 우리가 바뀐 수능시험 정책의 실험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냐” 며 불안해했다.

▼관련기사▼

- 수능 응시과목 학생이 선택
- 대학-학과따라 1∼5개영역 응시가능
- 고1때 진로결정 ‘맞춤식학습’필수
- 2005대입수능 개편안 Q&A
- 각대학 반응

▽ 공부 편식 우려=중3 학생의 아버지 이은각(李殷珏·45)씨는 “수능제도가 바뀐다는 사실을 예고했다지만 이렇게 많이 바뀔 줄은 몰랐다” 며 “걸핏하면 입시제도가 바뀌니 너무 혼란스럽다” 고 말했다.

고교 교사들도 “수능 개편안이 수험생의 학습 부담을 가중시키고 사교육비 부담만 늘어날 것 같다” 며 우려를 나타냈다.

서울 G고 교사는 “수능 영역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지만 대학마다 반영하는 영역이 제각각이면 여러 대학을 겨냥해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부담이 커질 것” 이라고 말했다.

K고 3학년 부장교사는 “학생들이 선택 과목에만 치중하고 나머지 과목의 수업을 소홀히 해 면학 분위기를 해치고 과목별로 전문화한 학원만 번성할 것” 이라고 걱정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날 “5개 영역을 모두 임의 선택으로 지정해 결국 수능시험을 과거 대학별 본고사 형태로 되돌렸다” 며 “수능은 대학에서 수학할 수 있는 능력을 측정하는 자격시험의 의미를 잃게 됐다” 고 지적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하고 싶은 공부 할 수 있다=학생이 적성에 맞는 과목을 선택해 집중적으로 공부함으로써 획일적인 교육에서 탈피할 수 있다며 기대하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서울 성원중 3학년 추나래양(15)은 “원하지도 않는 과목을 억지로 하는 것보다 좋아하는 과목에 전념할 수 있어 학습 부담이 줄어들 것 같다” 고 반겼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주고 획일적인 서열화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이라며 “대학이 특성에 맞춰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것도 장점” 이라고 평가했다.

▽실업계는 환영 =수능 개편안에 실업고를 살리기 위해 직업탐구 영역이 신설된데 대해 전국의 실업고는 적극 환영 의사를 밝혔다.

전국공업고등학교장회는 성명을 통해 “그동안 대입 제도가 실업계 고등학생들에게 균등한 기회를 주지 못해 학생 선발과 진로 지도에 어려움이 많았다” 며 “이번을 계기로 우수한 학생을 많이 유치해 실업고가 활성화되길 바란다” 고 말했다.

서울 S공고 교장은 “실업고 3학년 학생 가운데 70% 이상이 취업보다는 대학 진학을 원하는 상황에서 이번 조치는 당연한 일” 이라고 반겼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실업고 교육이 대학입시 교육으로 변질되고 전문 직업교육이 외면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고 지적했다.

▽학원가도 변화 전망=사설 입시학원들은 수능시험이 선택 과목 체제로 바뀜에 따라 종합반 학원보다는 일부 과목을 특화하는 단과 학원이 번성하는 등 학원가도 변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서울의 한 단과 학원 관계자는 “현재의 공교육 체제에서는 다양한 교과목을 제대로 배우기 어려운 만큼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질 것” 이라며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는 학원은 도태하는 등 부침이 극명하게 나타날 것” 이라고 말했다.

종로학원 김용근(金湧根) 평가실장은 “재수 전문 종합학원은 큰 변화가 없겠지만 국어 영어 수학 등 주요 과목에 대비하는 연합반 과 선택과목에 대비하는 단과반 체제로 이원화할 것 같다” 고 전망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