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소녀가장…梨大면접 30분 지각 입실못해 '눈물'

  • 입력 2001년 12월 20일 23시 47분


대입 면접 전날 밤까지 식당일을 한 뒤 시험 당일 새벽에 상경한 지방의 한 소녀 가장이 버스 연착으로면접 시간에 늦는 바람에 시험을 보지 못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이화여대 소녀가장 특별전형으로 사범대에 응시한 김모양(19·전북 L여고 3학년)은 20일 오전 9시부터 실시된 면접 시험장에 30분 늦게 도착, 시험도 쳐보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김양은 대학 입학관계자들에게 “제발 들어가게 해달라”고 눈물로 사정했지만 대학 측은 “면접을 치른 일부 수험생들이 이미 면접장 밖으로 나가 곤란하다”며 입실을 허락하지 않았다.

고교 2학년 때 사고로 부모를 여읜 김양은 전북 전주시의 한 식당에서 일을 하면서 심장병을 앓고 있는 할머니(64)와 고1 남동생을 부양하면서도 올해 수능에서 314.5점을 받을 정도로 성실한 학생으로 알려졌다.

김양은 면접 전날인 19일에도 식당에서 밤늦게까지 일을 마치고 시험 당일 새벽 5시반 서울행 고속버스를 탔는데 이것이 화근이 됐다. 고속버스가 20분 연착한 데다 서울 지리에 어두워 길에서 아까운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김양은 서울의 한 대학에 이미 합격했으나 등록금과 대학 4년 학비 전액 면제 혜택을 받는 이화여대의 소년소녀가장 전형에 응시하기 위해 이 대학 등록을 포기했다는 것.

이화여대 관계자는 “김양의 사정은 딱하지만 소녀가장 특별전형은 면접 비중이 40%나 되는 데다 면접을 마친 수험생마저 일부 고사장 밖으로 나온 상황이어서 입실을 허용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에선 “대학의 경직된 입시관리 때문에 어려운 형편에서도 좋은 성적을 받은 소녀가장의 꿈이 좌절된 것이 너무 안타깝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박용기자>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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