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식씨 '정치권로비' 파문

  • 입력 2001년 12월 20일 06시 08분


검찰이 ‘수지 김 살해 은폐조작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윤태식(尹泰植)씨가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벤처기업 ‘패스21’의 주식을 여야 정치인들에게 나눠주며 로비를 한 혐의를 잡고 수사 중인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윤씨의 혐의가 사실로 확인되면 ‘윤태식 리스트’를 둘러싸고 정치권에 ‘진승현(陳承鉉) 게이트’ 못지않은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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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검 특수3부(차동민·車東旻 부장검사)는 윤씨가 패스21의 유상 증자 과정에서 차명(借名) 주주명부를 만들어 주식을 정치인들에게 나눠주거나 싼값에 매입하도록 해 거액의 시세 차익을 얻도록 한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윤씨에게서 민주당 K 전 의원과 한나라당 P, L 의원 등 여야 정치인 10여명과 자주 만나 어울렸다는 진술을 받아내고 이들이 윤씨에게서 패스21의 주식을 분배받거나 매입했는지 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특히 한나라당 S 의원에게 패스21 주식 1000주가 건네진 혐의에 대해 조사중이다. 이들 정치인과의 접촉은 80년대 야당 원내총무를 지낸 전직 국회의원인 패스21 감사 K씨를 통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98년 11월 열린 패스21의 기업설명회에 현역 국회의원 등 정관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 사실도 밝혀냈다.

검찰은 또 국가정보원이 윤씨를 장기간 관리해왔고 패스21이 보안장비업체임을 내세워 국정원에서 신기술 설명회를 가진 점 등으로 미뤄 국정원 관계자들도 이 사건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98년 설립된 패스21은 지문인식기술로 벤처업계에서 주목을 받았으며 코스닥에 등록되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장외시장에서 주가가 최고 80만원까지 치솟아 장외시장의 ‘황제주’로 불렸다. 이 회사는 또 현 정부 초기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낸 이규성(李揆成)씨를 비상근 회장으로 영입해 화제가 됐다.

검찰 관계자는 “윤씨는 아직 특정 정치인에게 주식이나 금품을 줬다고 진술하지는 않고 있으나 일부 정치인들과 자주 만나 교류한 사실은 시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윤씨의 자금거래내용이 적힌 장부와 패스21의 주주명부 등을 압수해 정치인들과의 연계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국회의원이 아닌 정치권 인사 3, 4명을 이미 소환해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한 간부는 “이 사건은 진승현 게이트를 능가하는 ‘제4의 대형 게이트’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검찰은 11월 말 금융감독원에서 패스21의 불법 주식거래 혐의에 관한 고발장을 접수해 수사해 왔다.

금감원은 윤씨가 99년 1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패스21 주식을 매매하는 과정에서 신고서를 내지 않은 혐의와 유상증자 당시 장부상으로만 주식을 거래하고 실제로 주식대금을 납입하지 않은 혐의, 그 과정에서 10억∼2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을 잡고 검찰에 고발했다.

<이수형·김승련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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