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 원형택지 개발 '힘대결'

  • 입력 2001년 12월 7일 18시 28분


서울 강북권 최고 고급주택지로 꼽히는 종로구 평창동 일대 북한산 자락 ‘원형택지’(실제로 임야지만 지목은 대지인 땅) 5만3000여평에 대한 개발 허용 여부가 19일 결정된다.

서울시의회는 “시의원 19명이 ‘원형택지의 경우 선별적으로 개발을 허용하자’며 제출한 도시계획조례 개정안을 19일 본회의 표결에 부칠 계획”이라고 7일 밝혔다.

이 조례 개정안은 올 4월 발의돼 곧바로 시의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지만 북한산 난개발을 우려하는 여론에 밀려 세 차례나 본회의 상정이 보류됐다.

서울시의회는 “민감한 사안이라 충분한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그동안 본회의 상정을 미뤄왔다”고 말했다.

▽어떤 땅인가〓71년 정부가 국고 확보를 위해 숲이 우거진 야산을 지목만 대지로 바꿔 분양한 곳으로 위쪽은 북한산 국립공원에 접해 있다. 부동산시장에서 ‘최상의 주거 여건을 갖춘 곳’으로 알려지면서 가격이 평당 250만∼30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경사가 급하거나 나무가 울창한 곳은 원칙적으로 개발할 수 없지만 예외적으로 환경 풍치 미관 등이 크게 손상될 우려가 없다고 종로구 도시계획위원회가 판단하면 당초 형질 변경을 거쳐 집을 지을 수 있도록 돼 있었다.

그러나 난개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서울시는 지난해 7월 도시계획조례를 제정해 경사가 21도 이상이거나 51% 이상 나무가 심어진 땅은 무조건 형질변경을 할 수 없도록 했다.

이에 따라 해당 지주들은 “재산권 침해”라며 끊임없이 민원과 소송을 제기했고 시의원들은 ‘구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로 개발행위를 허가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한 조례안을 냈다.

▽찬반 논쟁〓서울시와 시의회는 6일 오후 시청 서소문별관 강당에서 공청회를 열고 개발허용 여부에 대한 토론을 벌였다. 토론자들은 두 편으로 나뉘어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김이곤 평창동 주민자치위원장과 안재홍 종로구의원은 “작년까지만 해도 개발 허가를 내주다 갑자기 재산권 행사를 막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며 “행정의 신뢰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원형택지가 한 곳에 몰려 있는 것이 아니라 분산돼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개발을 허용해도 환경 파괴를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양장일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평창동 녹지는 인근 상당수 주민들에게 산소를 공급할 수 있는 ‘보고(寶庫)’”라며 조례 개정안에 반대했다. 서울시립대 이수곤 교수(토목공학과)도 “조례 개정안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 일대의 경사도와 지형, 지질을 면밀히 조사해 ‘지반재해위험지도’를 만들어 산사태 등의 위험이 없는지 먼저 검토한 뒤 다시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밝혔다.

▽어떻게 될까〓조례 개정안은 시의회 본회의에서 재적 시의원(102명)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수가 찬성하면 조례로 확정된다.

그러나 서울시는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지방자치법에 따라 재의(再議)를 요구할 계획이어서 쉽사리 개발이 허용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조례 개정안이 확정되면 상당수의 원형택지가 개발돼 환경 훼손을 피할 수 없게 된다”며 “재의 요구, 제소 등의 방법을 동원해 적극 저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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