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게이트 특검 수사전망]정관계 로비-외압 집중추적

  • 입력 2001년 11월 30일 23시 01분


30일 ‘이용호 게이트’ 특별검사가 임명되면서 제3기 특별검사팀이 115일간의 대장정에 올랐다.

차정일(車正一) 특별검사에 대해 검찰 간부들은 “무난하고 합리적인 분이 선정됐다”고 평하며 ‘차정일 카드’가 싫지 않은 표정이었다.

우선 판사 출신 김성기(金成基) 변호사 대신 검찰 출신이 선정된 것을 반겼다. 차 특검이 ‘친정’을 겨냥하는 수사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일부 소장 검사들과 검찰 출신 변호사들은 ‘공격적인 수사’를 주문했다. 이들은 “독하게 마음 먹고 수사해야 수사 결과 검찰의 이용호(李容湖)씨 비호가 없었다는 결과가 나오더라도 더 이상 시비가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수사 대상〓특별검사팀의 수사 대상은 크게 정치권 로비, 검찰 외압, 국가정보원 개입 등 세 가지. 특별검사는 우선 이씨가 1000억원대의 횡령 및 주가조작을 벌이면서 금융감독원과 국세청의 감시 안테나를 빠져나가기 위해 정관계에 로비를 했는지 밝혀야 한다. 왜 금감원의 주가조작 조사는 무디고 더뎠는지, 계열사인 KEP전자의 회계 조작을 99년 국세청이 제대로 문제삼지 않았는지, 이씨가 39차례나 입건되고도 한번도 구속되지 않았는지를 밝혀야 한다.

이씨가 지난해 긴급체포된 뒤 하루 만에 풀려난 배경도 규명돼야 할 과제. 이씨에게서 로비자금 20억여원을 받아간 여운환(呂運桓)씨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수사대상. 검찰 특감본부는 10월 “부장검사가 사적인 관계 때문에 합의를 권했을 뿐 조직적 수사중단 압력은 없었다”고 결론지었다.

이씨가 보물선 주가조작을 벌이는 과정에서 권력 핵심의 도움을 받았는지도 주요 수사 대상이다. 대검 중수부는 지난달 말 “대통령 처조카인 이형택(李亨澤) 예금보험공사 전무를 조사했지만 보물섬 사업을 소개해줬을 뿐 문제가 안 된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 김형윤(金亨允) 전 국정원 경제단장이 한국디지탈라인 정현준(鄭炫埈) 사장의 로비스트로부터 55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김 전 단장이 광주상고 후배인 이용호씨를 도왔을 개연성이 전에 없이 커진 상태.

▽향후 일정〓차 특검은 특별검사보 2명을 선임하는 것으로 10일간의 준비기간을 시작하게 된다. 특검보로는 판사 출신과 검사 출신이 1명씩 선임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현직 검사를 포함한 16명 이내의 수사관이나 보조인력도 선발된다. 검찰청사 밖의 특검 사무실 마련도 급선무.

수사기간은 1, 2차 연장분을 포함하면 모두 105일로 99년 옷로비·파업유도 사건 특검 때의 70일보다 길어졌고 참고인을 강제소환할 수 있는 권한도 커졌다.

이번 특검은 또 수사결과 혐의가 드러나면 관련자를 재판에 회부하고 특검이 해체된 뒤에도 재판에서 검찰 역할을 맡을 수 있다. 과거엔 특검이 수사만 하고 기소 및 공소 유지는 검찰이 맡았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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