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연체금 독촉받은자 10원짜리로 내

  • 입력 2001년 11월 20일 18시 37분


한국은행 대전지점과 한 신용카드사가 ‘환전(換錢)테러’를 당했다.

한 신용카드 연체고객이 연체금 상환 독촉을 견디다 못해 연체금액 170만970원을 대부분 10원 주화로 갚는 희대의 ‘보복극’을 펼친 것이다.

A카드회사의 고압적인 상환요구에 화가 난 B씨는 13일 일단 한은 대전지점과 접촉, “170만원을 전부 10원 주화로 바꿔줄 수 없느냐”고 물었다가 거절당했다. B씨는 이에 ‘굴하지 않고’ 2일 동안 대전지역 전 금융기관을 돌며 10원 주화를 싹쓸이했다. A카드 지점에 가서 주화포대를 집어던지듯 건넨 것이 15일.

연체금을 상환 받고도 망연자실한 A카드 대전지점 관계자 3명은 할 수 없이 주화뭉치를 담은 비료포대들을 어깨에 들쳐 메고 한국은행 대전지점을 찾았다. 한은이 계수를 시작, 지폐로 환전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7시간. 그것도 담당 직원 4명과 주화계수기 2대가 총동원된 결과였다.

카드사가 들고 온 포대에는 500원 주화와 100원 주화가 30만원어치 정도 들어 있었을 뿐 나머지 140만원 정도가 모두 10원 주화(14만개)였던 것으로 집계됐다. 10원 주화의 무게만 520㎏. 한은 대전지점 관계자는 “환전 창구가 마비돼 마치 테러를 당한 기분이었다”고 황당해했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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