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장기수 "北의 아들에 돈 전해주오"

  • 입력 2001년 11월 20일 18시 37분


“이 세상 땅덩어리를 다 준다 해도 바꾸지 않을 하나밖에 없는 내 아들에게 이 돈을 전해 주시오.”

간첩 혐의로 26년간 복역한 뒤 출소해 97년 숨진 장기수 진태윤(陳泰允·당시 77세)씨는 숨지기 전에 평생 모은 돈 3000만원을 북한에 남겨 둔 아들 양만씨(61년생)에게 전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러나 아들을 향한 장기수 아버지의 애끊는 마지막 부정(父情)은 분단의 현실 앞에 부닥쳐 아직까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97년 4월 진씨가 숨진 직후 법원에 의해 진씨의 재산관리인으로 선임된 진봉헌(陳鳳憲·45) 변호사는 “그동안 그의 유언을 이뤄주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보지 못했다”고 20일 밝혔다.

진 변호사는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수차례 진씨의 아들 양만씨의 생사 확인을 신청했으나 최근 최종적으로 개별적인 생사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회신을 받았고 통일부에 낸 방북허가 신청도 북한의 초청장이 없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가닥 희망은 남북한 정부가 인도적 차원에서 진씨의 한을 풀어주는 것”이라면서 “법원의 상속인 수색 공고기간이 끝나는 내년 11월 말까지 양만씨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으면 3000여만원은 국고로 귀속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 차원의 배려를 호소했다.

진씨는 62년 남파된 뒤 같은 해 간첩 혐의로 붙잡혀 26년간 복역하다 88년 12월 출소해 패혈증으로 숨지기까지 전북 완주군 구이면에 살면서 3000여만원을 모았다.

그가 북한을 떠날 당시 함남 정평군 귀림면 유송리에는 결혼한 지 4년된 아내와 두살난 외아들(양만)이 살고 있었다.

<전주〓김광오기자>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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