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 카드발급 카드사 책임”…서울지법 판결

  • 입력 2001년 11월 16일 18시 25분


신용카드를 이용한 ‘카드 론(loan)’ 방식으로 돈을 대출 받은 뒤 갚지 않은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 대해 법원이 “무분별하게 신용카드를 발급한 회사 책임이 크다”는 지적과 함께 무죄를 선고했다.

이는 고객의 신용정보를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신용카드를 경쟁적으로 남발해온 업계의 관행에 경종을 울린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지법 형사4단독 윤남근(尹南根) 판사는 16일 자신이 발급 받은 S사 신용카드로 720만원을 대출 받은 뒤 이를 갚지 않아 사기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조모씨(67)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윤 판사는 “99년 조씨가 돈을 대출 받을 당시의 수입 등에 비춰볼 때 대출금을 갚을 의사와 능력이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또 카드회사측이 조씨의 자산상태나 경제적 능력에 대해 조사했다는 증거도 없는 만큼 이는 회사측이 미리 그 위험성을 예견하고 용인한 결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윤 판사는 “금융기관은 고객의 수입 등 신용정보를 수집, 평가한 뒤 투자 차원에서 대출을 해주는 것이므로 일부 고객이 돈을 갚지 못하는 것 역시 사전에 용인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채무자가 허위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는데도 신용정보 수집을 게을리 해 대출금이 회수불능의 상태에 빠졌다면 이는 전적으로 금융기관의 책임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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