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경화로 시한부 삶 50代 손자가 간 부분이식 기증

  • 입력 2001년 10월 26일 18시 50분


간경화로 1년 남짓한 시한부 삶을 맞게 된 할아버지에게 10대 손자가 선뜻 자신의 간을 떼어 줘 감동을 주고 있다.

서울 대진전자공예고 3학년 고석규(高晳糾·18)군은 23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자신의 간 일부를 할아버지 고학사(高鶴士·57)씨에게 이식하는 생체 부분 간이식 수술을 13시간에 걸쳐 받았다.

그동안 부모와 자식 사이에 장기의 일부를 이식하는 사례는 있었지만 손자가 할아버지에게 장기를 이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병원 관계자는 말했다.

8년 전 간경화 진단을 받은 할아버지 고씨는 4월 갑자기 상태가 나빠져 병원에서 살 방법은 간 이식 뿐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아들 2명과 딸에 대한 간 검사는 지방간이 있고 크기가 달라 이식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고군의 아버지 창배(昌培·38)씨는 “‘아버님이 돌아가시는구나’하고 절망하고 있을 때 아들이 자기 간을 떼어 드리겠다고 나서 선뜻 검사받고 수술대에 올라 무척 대견스러웠다”며 “아들에게 짐을 지워 마음이 편치 않지만 수술 경과가 좋다니 기쁘다”고 말했다.

수술을 집도한 장기이식센터 조재원(趙梓元) 교수는 “할아버지와 손자의 나이 차가 많이 나지 않아 큰 어려움은 없었다”며 “정상적인 간은 재생력이 탁월해 70%를 잘라내도 3개월만 지나면 회복된다”고 말했다.

<최호원기자>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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