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척]생물학적 테러 대비책 있나

  • 입력 2001년 10월 25일 18시 51분


전세계적으로 생물학적 테러에 대한 공포와 관심이 고조되고 있고 국가적인 대비책 등이 수립되고 있으나 국내의 경우 전혀 대비책이 없어 속수무책인 상태다.‘대부분의 의사들은 천연두 환자를 진료한 경험이 부족해 피부 발진 등의 엉뚱한 진단을 내리고 환자를 개방된 병실에 입원시킨다. 의사가 제대로 진단을 내리더라도 현재의 의료진 대부분이 천연두 면역이 없어 환자 치료에 적극 나설 수 없을 것이다.’이화여대 의대 예방의학과 강명근 교수가 미국의 탄저균 테러가 발생하기 이전인 올 5월 보건복지부에 제출한 보고서 ‘생물무기 또는 원인불명 전염병 발생 대비 전략’에서 지적한 다음과 같은 국내 생물테러 대비책의 현주소다. 관련 전문가들은 △정부가 미국의 테러 응징 전쟁을 지지한다고 밝힌 점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는 점 △ 미국과 영국이

참가하는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를 앞두고 있다는 점 등에서 한국도 생화학 테러로부터 안전한 지역은 결코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근본적인 종합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테러범 등 외부의 공격이 있을 경우 속수무책으로 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국내 현주소〓탄저균과 함께 대표적인 ‘생물무기’로 분류되는 천연두균이 국내에 살포되면 속수무책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1980년 세계보건기구(WHO)가 ‘지구상에서 박멸됐다’고 선언한 뒤 국내에서 천연두 예방접종이 중단됨에 따라 인구 중 절반 가량이 ‘잔존 면역’을 갖고 있고 나머지는 전혀 면역력이 없기 때문. 그러나 이라크 등에서는 천연두균을 보유하고 있으며 연구목적으로 일부 기관 등에 남아 있어 테러에 동원될 가능성이 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김정순 교수는 “만약 천연두균이 살포될 경우 10일 정도 지나면 예방접종자 중에서도 면역력이 약한 사람과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29세 미만에서 환자가 많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보건당국은 천연두 보툴리누스 바이러스성 출혈열에 대한 백신이나 항독소를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탄저병은 법정전염병 가운데 보고 의무가 없는 3군으로 분류돼 있는 것도 문제다.

또 천연두균 검사를 안전하게 실시할 수 있는 장비와 실험실을 갖춘 곳이 국내에는 한 군데도 없으며 환자 발생시 수용할 시설도 없다.

▽정부 대책〓정부는 현재 보건복지부 차관을 단장으로 한 생물테러 비상대책반을 운영중이다. 이 중 보건분야는 건강증진국장이 반장을 맡고 있으며 국립보건원 산하 방역과에 생물테러대책반 상황실을 가동하고 있다. 시 도 및 일선보건소에 생물테러시 대응 조치사항도 시달했다. 11일부터 국립보건원 전염병 정보망에 생물테러 전용사이트를 가동 중이다.

생물테러 전용 상담전화를 개설하고 탄저병 페스트 등 생물테러 전염병 예방치료제를 각각 7만명이 7일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의 비축을 추진 중이다.

▽전문가 의견〓한양대 의대 최보율 교수는 “실시간으로 신고가 가능하도록 응급실을 이용한 감시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서울시 소방방재본부 예방의학과 이승환 교수는 “보건소 중심의 지역관리체계와 지역병원 중심의 환자관리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면서 “생물테러에 이용될 수 있는 물질을 보유한 실험실을 국가차원에서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구 국립보건원 방역과장은 “제도적인 뒷받침 아래 인력을 갖춘 체계적인 조직이 없는 단순한 예산지원은 낭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 사례〓10년 전부터 생화학테러에 대비해온 미국은 생물테러 연구개발비로 연간 6000만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생물무기 발생시 재난 현장에서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키 위해 연방정부 주정부 지방정부 민간기업은 물론 100개 병상 이상 병원과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국가재난의료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영국 국방부는 1998년 생화학무기 위협 대응 방어정책을 마련했으며 캐나다는 1999년 국가 대(對)테러계획, 국가 대테러 결과 관리대비책을 구축한 바 있다. 이스라엘은 1951년 민방위기구를 바탕으로 한 비상체계를 마련, 모든 집과 건물에 생물무기에 대비할 수 있는 대피시설을 설치하도록 의무화했다.

<이호갑기자>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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