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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24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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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만명의 육군을 지휘했던 길형보(吉亨寶·59) 전 육군참모총장은 최근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사장에 선임됐다. 이 회사는 방산(防産)업체로 99년 현대우주항공 삼성항공 대우종합기계 등의 항공부문이 결합돼 생긴 업체.
공기업인 한국석유공사 사장에 5월 취임한 이수용(李秀勇·60)씨는 올 3월까지 해군참모총장을 지냈다.
지난해 3월까지 공군참모총장을 맡았던 박춘택(朴春澤·62)씨도 올 8월에 대한광업진흥공사 사장으로 옷을 바꿔 입었다.
휘문고와 육사(22기)를 졸업한 길형보 사장은 1사단장, 수도군단장, 제3군사령관을 거쳐 99년부터 육군참모총장직을 맡았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이 만드는 경전투기(KLH)가 공군은 물론 육군에도 공급되는 점이 ‘육군총수’였던 길 사장과 항공부문의 인연인 셈. 이 회사의 임인택(林寅澤) 전임 사장은 건설교통부장관으로 최근 영전됐다.
경주고 출신인 박춘택 사장은 참모총장 재임 시 세계 유력 항공업체들이 참가한 서울 국제에어쇼(98년)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경영능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광주일고 출신의 이수용 사장은 해군 정훈감 등을 거쳐 99년 3월부터 2년간 해참총장을 지냈다. 합참의장을 지낸 김진호(金辰浩)씨도 24일 토지공사 사장으로 내정됐다.
군 총장들은 최소 6만명이 넘는 조직(해군 6만7000명, 공군 6만3000명)을 지휘했던 맹장들로 리더십과 관리능력은 검증된 편이다. 하지만 이익을 내야 하는 기업경영에서 능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이 때문에 경제계 일각에서는 군출신 인사들의 공기업 진출 러시에 대해 “전문성을 고려치 않은 인사”라는 비판도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거대한 군조직을 통솔한 이들의 경력으로 봐 대기업 경영책임을 맡을 자격은 충분하다”면서도 “하지만 기업이 이들을 필요로 해서라기보다 ‘자리 봐주기’로 선임했다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동원기자>davi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