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포항공대 수시모집에서 화학과에 합격한 부산과학고 3학년 정현석(鄭現釋·17)군. 두 살 때 병으로 청력을 잃은 정군은 입모양을 보고 의사소통을 하는 구화법(口話法)을 익혀 공부했다.
사실상 독학하다시피 한 정군이지만 중학교를 전교 1등으로 졸업하고 부산과학고에 진학해서도 상위 3% 이내의 우수한 성적을 유지했다. 99년 한국화학올림피아드에서 금상을 받은 것을 비롯해 전국의 화학 및 수학 경시대회에서 16번이나 입상하기도 했다.
“매사를 긍정적으로 보려고 노력합니다. 육체적인 장애가 있지만 남보다 두 배 세 배 노력하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포항공대를 마치면 미국으로 건너가 스탠퍼드대에서 화학을 연구하고 싶습니다.”
정군은 영어 듣기는 잘 못하지만 독해와 작문을 열심히 해 영어학업 우수상을 네 번이나 받았다. 화학을 지도했던 김원전(金元銓·43) 교사는 “과학에 뛰어난 자질이 있는 것 같다”고 칭찬했다.
정군은 서울대 자연계열 수시모집 1차에도 합격했으나 포항공대에 진학하기로 결정했다.
<포항〓이권효기자>sapi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