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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9월 20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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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전례 없이 특별감찰본부 설치 방침까지 밝히면서 엄정 조사를 공언하고 나섰지만 야당은 “모양만 바꾼다고 내용까지 바뀌느냐”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여권은 조심스러운 태도였다.
▽야당〓검찰의 특별 감찰본부 설립 방침이 전해지자 한나라당 당직자들은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 되느냐”고 비아냥댔다.
장광근(張光根) 수석부대변인은 “검찰 간부 여러 명이 이 사건에 관련됐는데 감찰본부를 만들어서 조사를 해봐야 누가 그 결과를 믿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또 “과거 ‘옷 로비’ 사건 때도 김태정(金泰政) 전 법무부장관이 부인의 죄상을 숨기려다 결국 정권의 위기를 자초했던 사실을 상기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당3역 회의 참석자들도 “신 총장은 이미 검찰 총수로서의 자격을 상실한 만큼 더 이상 구차한 모습을 보이지 말고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기배(金杞培) 사무총장은 “검찰총장이 관련된 사건인데 검찰이 아무리 철저히 조사한다고 해도 국민이 믿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고, 이재오(李在五) 원내총무는 “설사 억울하더라도 신 총장은 검찰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25일 국회 법사위의 대검 국정감사 전에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무는 또 “이번 사건 관련 인사들이 모두 특정 지역과 특정 학맥 출신”이라며 김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이번 사건으로 사방천지에 썩은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며 “부패 공화국의 썩은 심장을 꼭 도려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민련 변웅전(邊雄田) 대변인도 “검찰 수뇌부가 이번 사건을 잘못 처리하면 검찰은 물론이고 정권의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힐 것”이라며“신 총장은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자진 사퇴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여권〓한광옥(韓光玉) 대표 주재로 열린 민주당의 당4역 회의에서 일부 참석자들이 조심스럽게 신 총장의 거취 문제를 거론하자 한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일제히 “대검 감찰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여당이 먼저 신 총장의 거취문제를 얘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오히려 입단속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당직자는 “검찰이 전례 없이 감찰본부까지 설치했다는 것은 신 총장에 관한 한 문제될 것이 없다는 뜻이며, 이미 내부 점검결과도 그렇게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검 국감(25일)을 전후해 사건의 실체가 보다 분명히 밝혀질 것”이라고 자신감을 비치기도 했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도 “검찰총장이 스스로 이용호 회장을 수사하라고 지시하고, 10년 전 부친과 자신의 재산까지 들어먹고 부도낸 동생 얘기까지 했는데 왜 형이 책임을 져야 하느냐”며 “(한나라당의 공세는) 진짜 신판 연좌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공직자는 부모형제도 없어야 하고, 아무도 만나서는 안 된다는 말이냐”며“지금은 의혹을 증폭시키기보다는 검찰의 감찰 결과를 지켜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창혁·송인수기자>c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