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판결은 정당 대변인이 취재진을 상대로 공식 브리핑한 내용에 대해 이례적으로 명예훼손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근거 없는 비방전이나 폭로전이 빈번한 정치권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성명 발표의 공익성은 인정되나 12만달러의 존재를 입증할 객관적인 증거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안 의원이 절도범의 진술 등에만 의존, 적절하고 충분한 조사를 거치지 않은 채 이를 공표한 것은 내용의 진실성이 없으므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유 지사가 같은 이유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와 정형근(鄭亨根) 의원을 상대로 낸 소송은 “이 총재 등이 성명발표에 실질적으로 관여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기각했다.
재판부는 “개인을 상대로 낸 소송인 만큼 성명발표 업무를 지휘, 감독할 지위에 있는 한나라당이라는 정당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이 총재 등이 성명발표를 사전 지시했거나 승인, 또는 포괄적 위임을 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설명했다.
유 지사는 99년 3월 ‘고관집 절도 사건’ 수사 당시 한나라당이 절도 피의자의 진술을 근거로 “유 지사가 사무실에서 도난당한 현금 3500만원 외에 집에 은닉해둔 12만달러도 도난당했는데 수사과정에서 이 사실이 축소, 은폐됐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자 소송을 냈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